반지하 주택 창문 앞 폭우로 침수된 물품들. 연합뉴스
‘우리가 시간이 없지 관심이 없냐!’ 현생에 치여 바쁜, 뉴스 볼 시간도 없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뉴스가 알려주지 않은 뉴스, 보면 볼수록 궁금한 뉴스를 5개 질문에 담았습니다. The 5가 묻고 담당 기자가 답합니다.▶▶
주간 뉴스레터 휘클리 구독신청 https://bit.ly/3qnllp8
얼마 전 서울엔 105년 만에 가장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기록적 집중호우로 8명이 사망했는데, 그 중 4명이 반지하 주택에 살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 뒤 이틀 만에 서울시는 ‘반지하 퇴출’을 발표했습니다. 20년 안에 반지하에 있던 사람들을 지상으로 올리겠다는 건데요. 이게 가능할까요? 서울에만 반지하 주택이 최소 20만 가구입니다. 이들은 서울시 구상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그들의 안전한 주거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요?
[The 1] 반지하를 없애겠다는 서울시의 목표에 대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뭐라고 하나요?
서혜미 기자 : 맞는 말이라곤 해요.
살고 싶어서 반지하에 사는 사람이 어딨냐고, 벗어나고 싶다고요. 그런데 지상으로 올라가려면 돈이 훨씬 더 많이 필요한데, 어떡하냐고 걱정이 많아요. 내가 살 곳이 있을까, 더 나쁜 곳으로 가게 되진 않을까 하는 거죠. 또 반지하에서 사는 모든 사람들을 한꺼번에 올릴 수가 없으니 어린 자녀가 있는 집, 노인, 장애인 같은 순서가 있어야 할 텐데 구체적이지가 않다는 거에요. 그래서 서울시가 반지하에 사는 사람들 말은 들어보고 일을 추진하는 거냐고 이웃들끼리 이야기 했대요.
[The 2] 그들이 가장 바라는 대책은 뭔가요?
서혜미 기자 : 집값 안정이
먼저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해요.
집값을 있는 대로 다 올려놓고 이제와서 우리보고 반지하에서 나가라고 하면 어떻게 하냐는 거죠. 또 대규모 공공임대주택을 어디 멀리 떨어뜨려놓아선 안 된다고 말해요. 서울 성북구 반지하에서 나온 사람들은 성북구 인근 동네에서 살 수 있게 해달라는 말이죠.
전문가들 이야기도 들었는데요.
당장 반지하를 나올 수 없는 분들을 위해서 해야 할 일도 있다고 말해요. 일단 실태조사를 하면서 침수 방지 시설을 적극적으로 설치하고, 재난 대응 매뉴얼도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 그 전에 당장 9월 태풍이 올 수 있으니 하다못해 모래주머니라도 나눠줘야 한다는 말도 있고요. 또 지하는 워낙 습기가 차서 곰팡이가 생기고 악취도 나니까 제습기나 환풍기 설치 지원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어요.
오세훈 서울시장(맨오른쪽)이 9일 주민에게서 폭우 피해 상황을 듣고 있다. 서울시 제공
[The 3] 공공임대주택이 대안일 수 있겠는데요. 서울시도 20년 동안 공공임대주택을 충분히 지어 그들에게 공급하겠다는데, 가능한가요?
최하얀 기자 : 노후 공공임대주택 11만8000호의
용적률을 올려 재건축을 하는 방식으로 공공임대주택 23만호를 짓겠다고 했는데요. 노후된 곳을 재건축할 필요는 있지만, 그러려면 지금 살고 있는 주거취약계층이 어디론가 가야해요. 그런 이주 대책까지 튼튼하게 나온 것 같지 않다는 게 문제에요.
[The 4] 정부는 서울시와 달리 반지하 주택을 없애겠다고는 안 하던데.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요?
최하얀 기자 : 국민 주거복지를 위해 일하는 부서인 국토교통부가 ‘반지하 퇴출’을 말할 순 없죠. 지금도 정부는 ‘주거상향 사업’을 통해 반지하 가구를 포함한 주거취약계층에 공공임대주택을 우선 배정하고 있는데, 이 물량을
지난해 6000가구에서 올해 1만 가구로 늘리겠다는 거에요. 지금 반지하나 비주택에 사는 사람이
80만명에 가까운데, 효과를 발휘하긴 어려운 숫자죠.
정말 주거취약계층의 주거상향을 지원하려면 공공임대주택이 더 필요한데, 그걸 어떻게 공급하겠단 건지는 4분기에 발표하겠다고 미루고 있거든요. 그때 가서 정부가 물량을 늘릴지도 의문이고요. 정부 국정과제에는 공공임대주택을 연평균 10만호 공급하겠다고 했는데, 최근 3년간 실적인 14만호보다 낮은 목표치거든요.
[The 5] 그러면 지하를 나온 사람들이 그 동네의 안전한 집에서 살고 싶다는 바람을 이룰 방법은 없는 건가요?
최하얀 기자 : 정부는 ‘270만호 공급’을 발표하면서 문재인 정부처럼 신도시가 아닌 서울 한복판에 주택을 집중 공급하겠다고 했어요. 그러려면
재개발·재건축과 같은 정비사업을 해야하는데, 이게
필연적으로 집값을 올려요. 이 과정에 반지하는 사라질 수 있겠지만 여기서 나온 이들이 갈 곳이 없어요.
가장 좋은 건 정비사업 계획을 짤 때 반지하 거주민들의 ‘안전한’ 정착을 위한 정책도 세트로 담는 거에요. 새 공공임대주택이나 인근 전세임대주택 같은 곳으로 들어갈 수 있게 비용을 지원해야 해요. 결국은 다 돈이죠. 정부 예산이 더 필요하다면 우리가 부담을 나눠져야 할 수도 있어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죠.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