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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반지하, 간단치가 않다…‘주거사다리’에 필요한 이것 [The 5]

등록 2022-08-20 14:00수정 2022-08-20 22:48

[더 파이브: The 5] 우리는 반지하를 없앨 수 있을까?
반지하 주택 창문 앞 폭우로 침수된 물품들. 연합뉴스
반지하 주택 창문 앞 폭우로 침수된 물품들. 연합뉴스

‘우리가 시간이 없지 관심이 없냐!’ 현생에 치여 바쁜, 뉴스 볼 시간도 없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뉴스가 알려주지 않은 뉴스, 보면 볼수록 궁금한 뉴스를 5개 질문에 담았습니다. The 5가 묻고 담당 기자가 답합니다.▶▶주간 뉴스레터 휘클리 구독신청 https://bit.ly/3qnllp8

얼마 전 서울엔 105년 만에 가장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기록적 집중호우로 8명이 사망했는데, 그 중 4명이 반지하 주택에 살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 뒤 이틀 만에 서울시는 ‘반지하 퇴출’을 발표했습니다. 20년 안에 반지하에 있던 사람들을 지상으로 올리겠다는 건데요. 이게 가능할까요? 서울에만 반지하 주택이 최소 20만 가구입니다. 이들은 서울시 구상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그들의 안전한 주거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요?

[The 1] 반지하를 없애겠다는 서울시의 목표에 대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뭐라고 하나요?

서혜미 기자 : 맞는 말이라곤 해요. 살고 싶어서 반지하에 사는 사람이 어딨냐고, 벗어나고 싶다고요. 그런데 지상으로 올라가려면 돈이 훨씬 더 많이 필요한데, 어떡하냐고 걱정이 많아요. 내가 살 곳이 있을까, 더 나쁜 곳으로 가게 되진 않을까 하는 거죠. 또 반지하에서 사는 모든 사람들을 한꺼번에 올릴 수가 없으니 어린 자녀가 있는 집, 노인, 장애인 같은 순서가 있어야 할 텐데 구체적이지가 않다는 거에요. 그래서 서울시가 반지하에 사는 사람들 말은 들어보고 일을 추진하는 거냐고 이웃들끼리 이야기 했대요.

[The 2] 그들이 가장 바라는 대책은 뭔가요?

서혜미 기자 : 집값 안정이 먼저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해요. 집값을 있는 대로 다 올려놓고 이제와서 우리보고 반지하에서 나가라고 하면 어떻게 하냐는 거죠. 또 대규모 공공임대주택을 어디 멀리 떨어뜨려놓아선 안 된다고 말해요. 서울 성북구 반지하에서 나온 사람들은 성북구 인근 동네에서 살 수 있게 해달라는 말이죠.

전문가들 이야기도 들었는데요. 당장 반지하를 나올 수 없는 분들을 위해서 해야 할 일도 있다고 말해요. 일단 실태조사를 하면서 침수 방지 시설을 적극적으로 설치하고, 재난 대응 매뉴얼도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 그 전에 당장 9월 태풍이 올 수 있으니 하다못해 모래주머니라도 나눠줘야 한다는 말도 있고요. 또 지하는 워낙 습기가 차서 곰팡이가 생기고 악취도 나니까 제습기나 환풍기 설치 지원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어요.

오세훈 서울시장(맨오른쪽)이 9일 주민에게서 폭우 피해 상황을 듣고 있다. 서울시 제공
오세훈 서울시장(맨오른쪽)이 9일 주민에게서 폭우 피해 상황을 듣고 있다. 서울시 제공

[The 3] 공공임대주택이 대안일 수 있겠는데요. 서울시도 20년 동안 공공임대주택을 충분히 지어 그들에게 공급하겠다는데, 가능한가요?

최하얀 기자 : 노후 공공임대주택 11만8000호의 용적률을 올려 재건축을 하는 방식으로 공공임대주택 23만호를 짓겠다고 했는데요. 노후된 곳을 재건축할 필요는 있지만, 그러려면 지금 살고 있는 주거취약계층이 어디론가 가야해요. 그런 이주 대책까지 튼튼하게 나온 것 같지 않다는 게 문제에요.

[The 4] 정부는 서울시와 달리 반지하 주택을 없애겠다고는 안 하던데.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요?

최하얀 기자 : 국민 주거복지를 위해 일하는 부서인 국토교통부가 ‘반지하 퇴출’을 말할 순 없죠. 지금도 정부는 ‘주거상향 사업’을 통해 반지하 가구를 포함한 주거취약계층에 공공임대주택을 우선 배정하고 있는데, 이 물량을 지난해 6000가구에서 올해 1만 가구로 늘리겠다는 거에요. 지금 반지하나 비주택에 사는 사람이 80만명에 가까운데, 효과를 발휘하긴 어려운 숫자죠.

정말 주거취약계층의 주거상향을 지원하려면 공공임대주택이 더 필요한데, 그걸 어떻게 공급하겠단 건지는 4분기에 발표하겠다고 미루고 있거든요. 그때 가서 정부가 물량을 늘릴지도 의문이고요. 정부 국정과제에는 공공임대주택을 연평균 10만호 공급하겠다고 했는데, 최근 3년간 실적인 14만호보다 낮은 목표치거든요.

[The 5] 그러면 지하를 나온 사람들이 그 동네의 안전한 집에서 살고 싶다는 바람을 이룰 방법은 없는 건가요?

최하얀 기자 : 정부는 ‘270만호 공급’을 발표하면서 문재인 정부처럼 신도시가 아닌 서울 한복판에 주택을 집중 공급하겠다고 했어요. 그러려면 재개발·재건축과 같은 정비사업을 해야하는데, 이게 필연적으로 집값을 올려요. 이 과정에 반지하는 사라질 수 있겠지만 여기서 나온 이들이 갈 곳이 없어요.

가장 좋은 건 정비사업 계획을 짤 때 반지하 거주민들의 ‘안전한’ 정착을 위한 정책도 세트로 담는 거에요. 새 공공임대주택이나 인근 전세임대주택 같은 곳으로 들어갈 수 있게 비용을 지원해야 해요. 결국은 다 돈이죠. 정부 예산이 더 필요하다면 우리가 부담을 나눠져야 할 수도 있어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죠.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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