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야옹이 갤러리’에 길고양이를 해치겠다는 글을 올려온 ㄱ씨는 지난 7월 어린 고양이의 얼굴과 몸의 털, 수염을 민 뒤 케이블 타이로 목을 덤벨에 묶어놓은 사진들을 게시했다. 10명 내외의 시민들이 모인 ‘팀캣(C.A.A.T)’은 이를 보고 동물단체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답을 바로 받지 못했다. 결국 직접 나섰다. 온라인에 게시된 사진으로 학대 가해자의 거주지를 유추한 뒤, 해당 지역 ‘캣맘’의 도움을 받아 거주지 주변에서 교대로 잠복했다. 1달간의 잠복을 통해 학대 가해자를 특정하고 증거를 모았다. 가해자가 종이 상자로 만들어 놓은 고양이 덫을 발견해 치우기도 했다.
이들의 신고로 지난 16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에 사는 ㄱ씨 집에 전주시청 동물복지과 공무원과 지구대 경찰이 방문했다. 이전에 공무원이 한 차례 방문했을 때 학대 행위를 부인했던 ㄱ씨는 팀캣이 모은 증거에 자신이 해당 게시글들을 올린 것이 맞는다고 시인했다. 전주 덕진경찰서는 지난 18일 ㄱ씨를 동물복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이나 지자체에서 길고양이 학대 대응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있다 보니 팀캣처럼 집적 나서서 학대 가해자를 찾는 시민들이 나오고 있다.
팀캣의 ‘활약’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들은 지난 3월 경북 포항시 구룡포 폐양어장에서 벌어진 길고양이 학대 범죄를 계기로 모였다. 고양이의 가죽과 사체를 나란히 찍은 사진이 올라온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을 본 시민들은 흥신소 직원을 고용해 학대 장소를 특정했고, 동물단체와 함께 증거를 수집해 경찰에 고발했다.
이후 이들은 에스엔에스 등 온라인상에 올라온 고양이 학대 제보를 받고 있다. 제보 내용이 심각하다고 판단하면 탐문으로 용의자를 특정하고 온·오프라인 증거를 수집해 경찰에 고발하거나 온라인에 공론화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개입한 고양이 학대 사건은 20건 가까이 되고, 하루에도 3건가량의 제보가 꾸준히 들어온다고 한다.
팀캣 쪽은 하루에도 수십건씩 온라인 공간에 고양이 학대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지만 경찰의 소극적인 태도 때문에 시민들이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3월 포항 폐양어장 고양이 학대 가해자도 고발장이 접수되기 전 한 차례 경찰에 신고됐으나, 경찰은 “죽이지 않았다”는 당사자의 말을 듣고 신상정보만 확인한 뒤 현장을 떠났다. 팀캣 팀원 ㄴ씨는 “온라인 게시글을 토대로 고양이 학대 게시글을 경찰에 신고할 경우 대부분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거나 용의자를 특정하기 어려워 수사하기 힘들다는 답이 돌아온다”며 “생업이 있는 시민들이 직접 증거를 수집하면서 고양이 학대범 추적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고양이 학대를 인증할 수록 다른이들의 ‘관심’을 받고, 더많은 관심을 위해 학대를 계속하는 온라인커뮤니티의 문화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했다. 팀캣은 ㄱ씨에게 고양이 학대의 이유를 물으니 “처음에는 (야옹이 갤러리가) 고양이를 좋아하는 곳인 줄 알고 귀여운 고양이 사진을 올렸는데 ‘못생겼다. 집어치워라’는 댓글이 달렸다. 그 뒤 점점 고양이와 관련된 자극적인 게시글을 올리니 반응이 좋았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ㄴ씨는 “고양이를 학대하는 게시글을 올리면 관심을 받고 영웅이 되는 야옹이 갤러리가 계속 존재하는 이상 고양이 학대범은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동물단체들은 성착취 영상처럼 동물학대 영상에 대해서도 온라인 커뮤니티 운영자가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2월에는 동물권단체 케어의 고발로 김유식 디시인사이드 대표가 길고양이 학대 영상 등을 차단하거나 삭제하지 않아 동물 학대를 방조한 혐의(동물보호법 위반)로 강남경찰서에 입건됐으나, 경찰은 아직 송치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국회에는 동물학대 영상에 대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유통방지 책임자를 지정해 관리하고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의 법(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계류 중이다.
이우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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