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피씨(SPC)그룹의 배스킨라빈스 간접광고(PPL·피피엘)가 들어간 ‘고잉세븐틴’ 영상. 세븐틴 공식 유튜브 갈무리.
“우리 다음주 고잉세븐틴 보는 건 좀 자제합시다. 이건 사람 생명이 걸려있는 문제이고, 우린 고잉 한 편 안 본다고 죽는 거 아니잖아요.”
아이돌그룹 세븐틴 팬인 고등학생 박아무개(17)양은 지난 17일 세븐틴 공식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고잉세븐틴’ 영상을 보고 이러한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다음주 예고 영상에 세븐틴 멤버들이 에스피씨(SPC)그룹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을 먹는 장면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에스피씨그룹 계열사인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의 노동 실태가 알려진 뒤부터 불매운동을 벌여왔던 박양은 ‘#SPC불매’ ‘#고잉세븐틴_베라PPL취소해’라는 해시태그를 단 트윗을 올리는 온라인 ‘총공전(‘총공격’이란 뜻의 온라인 용어)’에 동참했다. 박양은 22일 <한겨레>에 “처음에는 좋아하는 아이돌이 논란에 휩싸이는 게 무서워 꺼려졌다”면서도 “세븐틴은 영향력이 있는 아이돌이고 많은 분들이 영상을 시청하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평소 고민해온 인권과 노동권 침해 문제를 모른 척할 순 없었다”고 말했다.
세븐틴 공식 유튜브 영상에 에스피씨그룹이 브랜드 간접광고(PPL·피피엘)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10~20대 주력팬들이 반발하고 있다.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이 노조탈퇴 회유와 승진차별 등 부당노동행위 중단과 사과를 요구하며 에스피씨그룹을 상대로 농성을 이어가고, 시민들도 불매로 연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협찬이 부적절하다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지난 17일 영상이 공개된 이후 22일 오후까지 트위터에 ‘#고잉세븐틴_베라PPL취소해’라는 해시태그를 단 트윗이 5000여건 쏟아졌다. 한 세븐틴 팬의 게시글 트위터 갈무리.
지난 17일 영상이 공개되고 22일 오후까지 트위터에 ‘#고잉세븐틴_베라PPL취소해’라는 해시태그를 단 트윗이 5000여건 쏟아지며 ‘실시간 트렌드’에 올랐다. <한겨레> 확인 결과 영상 속 아이스크림은 에스피씨그룹의 피피엘이었다. “지금이라도 재편집하고 위약금 물어서라도 취소시켜달라”, “불매를 강요할 순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보는 영상에서 세븐틴이 노동자를 착취하는 기업의 제품 광고하는 건 그 의미와 영향력이 다르다”, “팬이자 노동자이자 소비자로서 부끄럽고 화가 난다. 더 목소리를 크게 내겠다”는 등의 글이 쏟아졌다.
팬들은 에스피씨 불매운동 연대에도 동참했다.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시는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분들과 연대한다’는 글과 함께 노조 계좌번호를 올려 기부 인증에 나선 ㄱ(29)씨는 “방영 취소는 되지 않더라도, 에스피씨 불매 운동에 대해 알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이를 알리고 연대의 마음을 전해 현실적인 도움을 드릴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아이돌 팬덤이 아티스트의 콘텐츠를 무조건적으로 소비하는 수동적인 객체가 아니라, 소속사의 의사 결정이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라고 판단될 때 다른 의견을 개진하고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는 능동적인 존재임을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피피엘이 포함된 해당 영상은 오는 24일 오후 9시 공개될 예정이다. 하이브에 지난 21일부터 이틀에 걸쳐 입장을 물었지만 답을 하지 않았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