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연평해전에서 전사한 참수리 357정 조타장 한상국 상사 흉상. 연합뉴스
북한과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한 고 한상국 상사의 유족과 부상자들에게 손해배상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그러나 이 소송이 확정되더라도 실제 배상액을 집행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6단독 김상근 판사는 한 상사의 배우자 김한나씨 등 8명이 북한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을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북한과 김 위원장은 원고들에게 각각 2000만원과 2002년 6월29일부터 2022년 1월25일까지는 연 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헌법 및 국내법상 반국가단체인 북한은 민사소송법에서 정한 비법인 사단으로서 당사자능력이 인정된다”며 “이 사건 불법행위에 대해 국내법원에 재판권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소송은 공시송달을 통해 재판이 진행됐다. 북한과 김 위원장이 대한민국의 법적 관할권에 속해 있긴 하지만, 물리적으로 관련 서류를 전달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공시송달이란 소송 서류를 전달하기 어려울 때 그 서류를 법원 게시판 등에 게시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송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제2연평해전은 한일월드컵축구대회 3∼4위전이 열린 2002년 6월29일 북한 경비정 2척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해 우리 해군 고속정 참수리 357정에 기습공격을 하면서 교전으로 확대된 사건이다. 당시 북한의 기급 공격에 한 상사 말고도 윤영하 소령, 조천형 중사, 황도현 중사, 서후원 중사, 박동혁 병장 등 6명이 전사하고 19명이 부상을 입었다. 북한군은 3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 상사의 배우자 김씨 등은 2020년 10월 “북한의 불법행위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날 승소 판결에도 불구하고 북한과 김 위원장으로부터 실제로 배상금을 받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과거에도 북한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법원의 판결이 몇 차례 있었지만, 실제 배상까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2020년 국군 포로 출신 탈북자 2명이 북한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각각 21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당시 원고는 국내 방송·출판사들이 조선중앙티브이(TV) 영상 등 북한 관련 저작물을 사용한 대가로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에 지불했던 저작권료 가운데 대북 제재로 북한에 전달되지 못한 16억여원에 추심 명령을 통해 배상액을 집행하려 했지만, 이후 추심금 소송에서 경문협이 승소해 배상이 무산된 바 있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