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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유신말 ‘남민전’ 옥중 의문사…“고문 뒤 진료 불허, 국가 사과해야”

등록 2022-08-25 11:09수정 2022-08-25 11:29

박정희 정권 ‘남조선민족해방전선’ 사건
진실화해위 “장기간 고문에 치료 못 받아 사망”
고 이재문 씨. 진실화해위원회 제공
고 이재문 씨. 진실화해위원회 제공

유신 말기 박정희 정권 최대 공안사건인 ‘남조선민족해방전선(남민전) 사건’으로 수감됐다 옥중에서 숨진 이재문씨가 국가 폭력 피해를 인정받았다.

25일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구치소 수감 중 외부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사망한 이재문씨의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을 결정했다. 진실화해위는 남영동 대공분실 전 경찰들의 진술과 이씨의 항소이유서, 사건 관련 피해자 진술 등을 토대로 이씨가 장기간 구금과 고문 가혹행위로 건강 상태가 악화됐다고 봤다. 진실화해위는 “서울구치소 수감 중 위장질환이 악화된 이씨와 그의 가족들이 교정당국에 외부 진료와 적절한 치료를 요구했으나 법무부 안기부 등 관계기관이 외부치료를 불허함으로써 이씨는 기본적인 의료처우조차 받지 못한 채 서울구치소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남조선민족해방전선(남민전)’ 사건은 유신 말기 박정희 정권의 최대 공안사건이다. 공안당국은 1979년 11월 ‘반독재민주화 반외세’를 기치로 결성된 지하 비밀조직인 ‘남조선민족해방전선준비위원회’ 관련자로 고 김남주 시인 등 80여명을 국가보안법과 반공법 등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이씨는 남민전을 결성했다 검거돼 장기간 구금과 고문을 당했고, 1980년 사형이 확정된 뒤 1년여 만에 구치소에서 숨졌다.

진실화해위는 당시 수사기관이 이씨에게 고문과 가혹행위를 가하고 법무부가 수형자에 대한 관리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진실화해위는 “법무부가 수형자에 대한 관리책임을 방기하고, 안기부는 사형이 확정된 정치범이라는 이유로 외부진료를 불허하여, 이씨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사망에 이르게 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국가가 이씨와 유족들에게 사과하고, 피해와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적절한 조처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정근식 진실화해위 위원장은 “이번 진실규명 결정은 사형수, 정치범 등에 관계 없이 수형자에게도 국가가 건강권과 생명권 등 기본적인 인권을 존중할 권리가 있음을 알리고, 이번 결정이 위와 같은 유사한 상황에도 미래 수형자 인권에 대한 문제에 있어 진일보된 함의를 가질 수 있다는 데에 그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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