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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증거물 압수 뒤 영장 받았어도…대법 “절차 위법시 증거 못써”

등록 2022-08-25 12:00수정 2022-08-26 02:50

피고인 참여기회·압수목록 미교부 했다면
사후 영장 받아도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
사진 언스플래쉬
사진 언스플래쉬
휴대전화 속 전자정보를 긴급 압수수색하고 차후에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더라도, 압수수색 과정에서 피고인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는 등의 위법이 있었다면 해당 압수물을 증거로 쓸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성매매알선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ㄱ씨 사건에서 주요 압수물의 증거능력을 인정해 징역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ㄱ씨는 2016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4월까지 출장안마 성매매알선을 한 혐의를 받았다. 경찰은 지난해 4월 ㄱ씨를 체포하면서 ㄱ씨 휴대전화를 긴급 압수했고, 휴대전화에서 성매매 영업기록이 담긴 엑셀 파일을 발견했다. 경찰은 해당 엑셀파일을 복제·출력해 수사기록에 첨부하고, 이튿날 엑셀 파일에 대한 사후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 그동안 ㄱ씨는 유치장에 입감돼 있어 휴대전화 속 전자정보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 참여하거나 압수한 전자정보 목록을 받지 못했다.

원심 재판부는 해당 엑셀파일을 증거로 삼아 ㄱ씨에게 징역 2년과 추징금 13억6424만원을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엑셀파일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이므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엑셀파일 출력물 및 복사한 시디(CD)는 경찰이 ㄱ씨에게 참여의 기회를 주지 않은 상태에서 임의로 탐색·출력한 전자정보로서, ㄱ씨에게 압수한 전자정보 목록을 교부하지 않았으므로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사후에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고 해도 위법성이 치유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대법원은 “증거능력이 없는 증거를 제외하고 나머지 증거들에 의해 다시 심리, 판단해야 한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환송한다고 밝혔다.

최근 대법원은 스마트폰 등에서 디지털 증거를 수집할 때 피의자 참여권을 엄격하게 보장하는 판례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대법원이 디지털 증거물의 증거능력을 엄격하게 판단하는 등 적법 절차 원칙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일선 수사 현장에서도 데이터 포렌식 과정에 피의자 참여권을 보장하는 등 수사 관행의 개선을 꾀하고 있다. 김상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디지털포렌식기획계장은 “디지털 압수물 증거능력을 엄격하게 판단하는 대법원 법리에 따라 ‘디지털 증거의 처리 등에 관한 규칙’을 2020년 전부 개정하는 등 지속적으로 수사 절차를 개선하고 있다. 당사자 또는 변호사의 참여권을 보장하는 내용을 규칙에 명시했고, 일선 수사관들에게도 꾸준히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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