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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지게차에 깔리고 1년 뒤 공황장애…법원 “업무상 재해”

등록 2022-08-29 07:00수정 2022-08-29 07:58

“의학·과학적 명백한 증명은 불필요”
법원.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법원.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직장에서 지게차에 깔리는 사고를 당한 뒤 1년 뒤 동료가 같은 작업을 하는 것을 보고 ‘적응장애·공황장애’ 진단을 받은 것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단독 임성민 부장판사는 ㄱ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신청한 요양 불승인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인용한다고 29일 밝혔다.

ㄴ주식회사의 철근제강부에서 금속을 녹이는 용해 업무를 하던 ㄱ씨는 2016년 2월 지게차에 깔리는 사고를 당했다. 쇳물을 녹이면서 생기는 이물질을 지게차로 떼어내는 과정에 지게차가 전기로에 깔리는 사고를 당한 것이다. 운전석 안에 있던 ㄱ씨의 부상은 다행히 심각하지 않았지만, 조금만 더 세게 깔렸으면 꼼짝없이 죽었겠다 느낀 ㄱ씨는 이후로 다시 지게차 운전 업무를 하지 않았다. 그러던 ㄱ씨는 사고 1년여 뒤인 2017년 5월 동료가 사고 당시와 동일한 작업을 하는 것을 보고 심한 불안감을 느끼고 다시 병원을 찾아 ‘적응장애·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 또 2020년 1월 동료가 같은 작업 중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증상이 심해졌다.

이에 ㄱ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공단은 “업무적인 요인보다는 개인적인 환경 등의 업무 외적인 요인이 질병 유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는 이유로 불승인했다. 반면 ㄱ씨 쪽은 “2017년 발병 이후 꾸준히 치료를 통해 증상이 일부 호전됐으나 동료가 지게차 작업 중 사망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증상이 악화됐다”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근로복지공단의 판단을 뒤집고 ㄱ씨 쪽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ㄱ씨가 회사에서 트라우마 현상과 관련해 면담을 한 점, 2016년 ㄱ씨의 사고는 자칫했으면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동료들의 진술 등을 고려했다. 재판부는 “ㄱ씨는 2017년 5월 동료의 작업 상황을 목격했을 때나, 2020년 1월 동료가 지게차 작업 중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한 즉시 불안 증상이 나타나 병원에 내원했다”며 “ㄱ씨 증상의 발현이 지게차와 연관된 업무상 스트레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방증한다”라고 밝혔다. 또 “‘업무상 재해’에 포함하는 ‘업무상 질병’은 업무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지만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돼야 하는 것은 아니고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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