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문재인 정부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선임된 법무부 비검찰 간부들이 대거 사퇴하는 배경에 검찰 간부의 별도 보고 요구와 간섭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정식 보고 계통에 있지 않는 검찰 간부가 비검찰 출신 간부의 결정을 뒤집는 일까지 발생하면서, 사실상 업무를 이어가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통상적인 업무 체계에 따라 이뤄진 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29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 인권국 산하 직원들은 6월 중순 인권국 업무를 위은진 법무부 인권국장 뿐만 아니라 권순정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에게도 별도로 보고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 누리집에 따르면, 인권국은 법무부 차관 직속으로 계통상 기획조정실의 하급 기관이 아님에도 별도 보고를 요구 받은 것이다. 위은진 국장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출신으로 지난 1월 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 시철 최초 여성 인권국장으로 취임했다. 권순정 실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대검찰청 대변인을 지낸 ‘윤석열 사단’ 검사다.
사정을 잘 아는 한 법무부 관계자는 “인권국 직원들이 보고서를 위 국장에게 올려 ‘오케이’ 받은 사안을 권 실장에게 보고했는데 문구가 변경되는 일도 있었다”며 “이전과 다르게 위 국장이 아니라 권 실장이 최종 ‘컨펌’해야 장관이나 차관에게 보고할 수 있는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윗선에서 ‘위 국장이 공직에 온지 얼마 안 돼서 기조실장에게도 보고해야 한다’는 취지의 지시가 내려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비검찰 간부들은) 여러모로 일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들은 ‘보고 라인’ 이원화가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국회 대응 등의 일관성을 위해 기획조정실이 자료를 취합하는 일은 종종 있었지만, 일상 업무에 대해 구체적인 수정 요구 등이 내려오는 일은 없었다는 것이다. 다른 법무부 관계자는 “국회 대응 과정에서 자료 제출 채널 일원화 등을 위해 기획조정실을 거치는 경우는 있었지만, 통상적인 업무를 ‘이중 보고’하는 일은 없었다”며 “국장 결재를 받으면 끝날 사안들이 다시 (권 실장 지시로) 수정되는 상황이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법무부 비검찰화를 상징하던 비검찰 법무부 간부들은 최근 들어 잇따라 사의를 표명하고 있다. ‘비검찰’ 출신인 김연정 법무부 여성아동인권과장, 김의래 법무부 송무심의관 등은 이달 중순 퇴직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출신 이상갑 법무실장도 지난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법무부는 지난달 국회에 제출한 ‘2021년도 국정감사 처리결과 보고서’를 통해 문재인 정부 시절 추진된 법무부 ‘탈검찰화’ 정책을 전면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법무부 쪽은 “인권국 보고를 받으며 부실한 업무처리가 많아 차관까지 올라오지 않는 보고 등에 대해 기획조정실장에게도 보고토록 조처한 것”이라며 “기획조정실은 전체 실·국 정책을 조정하고 총괄하는 업무를 맡고 있어 당연히 긴밀하게 협의하고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권국 뿐만 아니라 검찰국 등 전 부서에 대해 동일한 기준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인권국 고유 업무에 관해 기획조정실이 보고 받을 일은 없다”고 해명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강재구 기자
j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