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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역시 “방구뽕이 필요해”…532만 학교체육 2명이 활성화 해내라?

등록 2022-09-01 07:00수정 2022-11-11 07:33

[학교체육, 숨구멍이 필요해] 시리즈 ① 현상과 진단
40년간 국→과→팀으로 교육부 조직 축소
예술 포함 팀에 체육전공자는 한 명뿐
관리 업무만 수십개 정책 입안 구실 불가능

학생들 체력저하·비만 갈수록 심화
국·영·수에 밀린 체육교사들 성명 발표
한국의 학생들은 격렬한 신체 활동을 할 시기를 억눌림 속에 보내고 있다.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마스크를 끼고 달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의 학생들은 격렬한 신체 활동을 할 시기를 억눌림 속에 보내고 있다.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마스크를 끼고 달리고 있다. 연합뉴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9화에서 방구뽕(구교환 역)은 이렇게 말한다. “어린이는 지금 당장 놀아야 한다! 어린이는 지금 당장 건강해야 한다! 어린이는 지금 당장 행복해야 한다!”. 이를 본 한 고교 체육교사는 “어린이를 청소년으로 바꿔도 이상하지 않다. 청소년을 위해 방구뽕이 될 용기와 도전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실제 학교체육의 현실은 척박하다. 초등학교 1~2학년은 독립된 체육 교과로 배우지도 못하고, 고교생은 가로세로 70㎝, 0.15평의 공간에 앉아 주당 40시간 이상을 보내는 형편이다. 7월엔 중고교 체육교사 1400여명이 “돌석상 같은 그들이 딱하다”며 체육 수업권 보장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100세 시대, 몸이 재산이라는 담론이 팽배한 학교 밖 풍경과는 딴판이다. <한겨레>는 신체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제도·정책·문화적으로 체육교육을 홀대하는 한국 사회의 이중적 모습을 ‘학교체육, 숨구멍이 필요해!’라는 시리즈를 통해 해부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2021년 한국의 초중고 학령인구는 532만여명이다. 클럽스포츠가 발달하지 못한 한국사회에서 이들의 스포츠 활동을 담당하는 곳은 학교다. 정부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어 2012년 학교체육진흥법을 도입했고, 매년 교육부를 중심으로 학교체육활성화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2022년 스포츠기본법의 제정과 시행으로 문체부는 스포츠진흥기본계획 5개년 계획을 수립하는데, 학교체육도 한 부분을 차지한다.

표면적으로 학교체육은 법령에 의해 주요하게 다뤄지는 것처럼 비친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허실이 드러난다. 특히 조직과 예산을 보면 학교체육에 대한 국가의 정책 선언과 실행력 사이에 커다란 괴리가 있다.

가령 학교체육 정책을 전담하는 교육부의 체육 관련 부서는 국도, 과도 아닌 팀으로 돼 있다. 체육뿐 아니라 음악과 미술 영역을 합쳐 명칭도 ‘체육예술교육지원팀’으로 돼 있다. 정체성이 애매한 이 부서는 현재 교수학습평가과에 속해 있고, 이전에는 민주시민교육과에 배속됐다. 업무와 연관성이 없는 과에 묶인 것은 교육부 내 “팀 단위 인사조직은 소속이 없기” 때문이다. 언제 해체될지도 모르는 운명인 셈이다.

업무량도 과도하다. 교육부가 올 초 발표한 2022년 학교체육활성화 추진안을 보면 학교체육교육 운영 내실화, 학교스포츠클럽 운영 체계화 및 질 제고, 자기주도적 미래형 체육인재 육성, 교원 및 체육지도자 전문역량 강화, 학교체육 거버넌스 및 지원체계 구축·운영 등 5개의 주제로 돼 있다. 세부 항목으로 초등생존수영, 학교스포츠클럽운영, 미래형 체육수업, 체육전문 역량 지원 등 15개가 있는데, 저마다 비중이 큰 사업들이다. 17개 시·도교육청과 체육 장학사와 협업한다고 하지만 체육예술교육지원팀의 실무자 2명으로는 관리만 하기에도 벅찬 게 현실이다. 더욱이 체육전공자는 한 명뿐이다. 김택천 대한체육회 학교체육위원장은 “학교체육 조직과 역할을 축소한 것은 학교체육에 관한 관심과 실천을 등한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애초부터 그런 것은 아니다. 5공화국 이전 문교부 시절까지 학교체육은 체육국제국이나 체육국에서 담당했다. 체육부(1982~1994)가 신설돼 업무가 이관됐다가 교육부와 문체부로 복귀하면서 축소됐다. 이후 보건체육과, 학교시설환경과, 학교체육보건급식과, 인성체육예술과 등으로 정체성도 불투명한 시절을 겪었다.

예산도 미미하다. 2022 교육부 예산 및 기금(89조6251억원) 가운데 유아 및 초중등교육 예산은 70조128억9150만원인데, 올해 학교체육활성화 예산은 특별교부금 128억9150만원으로 유아 및 초중등교육 예산의 0.018%밖에 안 된다. 이에 대해 지혜진 체육예술교육지원팀장은 “교육예산의 대부분은 인건비가 차지하고 있고, 교부금은 법에서 정하고 있다. 교과는 엄청 많은데, 그래도 체육에 대해서는 교육지원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장의 체감 온도는 다르다. 한 지역 교육청 관계자는 “과거보다 학교체육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줄었다. 학생들의 저 체력, 비만이 심화하고, 다양한 체육 활동 수요가 늘고 있지만 체육공간 확충 등 문제는 손도 못 대고 있다. 정책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물론 지자체 교육청의 의지에 따라 학교체육 투자에 신경 쓰는 사례도 있다. 하지만 시범 학교에 국한돼 지역 전체나 전국으로 확장되기는 어렵다. 교육부 학교체육 담당 부서의 위상이 떨어지면서 일선 교육청에서는 아예 체육 명칭을 빼자는 얘기까지 나오고, 비전공자가 체육업무를 담당하는 비율도 늘고 있다.

문체부에서도 저소득층 학생을 위한 바우처 제공, 신나는 주말체육 프로그램 등으로 스포츠 활동을 지원하고 있지만, 예산과 학교와의 연계 부족으로 한계가 있다.

한 국책기관 연구원은 “학교체육을 예산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안 된다. 또 체육교과의 문제로 바라보는 것도 편협한 시각이다. 성장기 아이들의 신체와 건강, 정서, 스트레스 해소와 장차 국가의 의료비 절감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컴퓨터의 디폴트값처럼 근본적인 가치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구뽕이 ‘어린이 해방’을 선언한 것처럼, 학교체육 혁신을 위한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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