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시민단체가 1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상임위원으로 선출된 이충상(65)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명을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냈다.
이날 다산인권센터 등 6개 인권·법률 단체가 모인 ‘인권정책대응모임’은 국민의힘이 추천한 이충상 교수가 국회 본회의에서 인권위 상임위원으로 선출되자 논평을 내고 “법 윤리강령을 훼손한 이 교수는 부적합하다”며 “국민의힘은 상임위원을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라 재지명하라”고 요구했다. 국회에 제출된 이 교수에 대한 인권위 상임위원 선출안은 재석 274명 중 찬성 161표, 반대 102표, 기권 11표로 가결됐다. 임기는 3년으로, 인권위는 위원장을 포함해 4명의 상임위원과 7명의 비상임위원으로 구성된다.
인권정책대응모임은 과거 판사 시절 이 교수의 비위 사실을 지적하며 자질을 문제삼았다. 이들은
“이 교수는 2005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재직 시절 후배 재판관의 재판에 개입해 물의를 빚은 인물”이라며 “자신의 친구에 대한 재판을 맡은 후배판사에게 관련 판례와 논문을 지목하여 검토해줄 것을 요청했을 뿐 아니라, 자신의 견해와 다른 판결을 내린 후배판사에게 근무평정을 운운하며 심한 불만을 표시한 적이 있다. 이렇게 법관윤리강령을 심각하게 위반한 이 교수가 적합한 인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이 교수가 인권 문제와 관련한 전문성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교수는 판사를 관두고 2006년 변호사로 개업한 뒤 서울법원조정센터 상임조정위원, 수원지법 조정센터 위원 등을 지내는 등 인권과 관련된 뚜렷한 활동을 한 이력은 없다. 그가 판사 시절 한 판결 중에는
처지를 비관하며 지하철 선로에 뛰어들어 자살을 시도했다가 주변 제지로 멈춘 노숙자에게 ‘철도 교통 방해 미수’ 혐의로 실형(징역 4개월)을 선고한 사례도 있다.
인권정책대응모임은 이번 지명이 이 교수의 국민의힘 선거캠프 활동 경력에 따른 ‘보은성 인사’가 아닌지 의심했다. 이 단체는 “이 교수는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 선거캠프에서 ‘사법개혁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했고, 최근 지방선거에서도 전라북도 국민의힘 조배숙 도지사 후보 선거캠프에서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았다”며 “국민의힘 선거캠프에서 중책을 맡아 활동하던 인물이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지명된 것은 누가 보더라도 명백한 보은성 인사”라고 비판했다. 이어 “(인권위원으로서) 정부 여당의 정치적 영향에서 자유로울지 의문”이라고 했다.
투명하지 않은 후보 지명 절차 때문에 이런 인사가 가능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단체는 “(지명 과정에서) 홈페이지를 통한 공개추천 절차조차 없다. 이런 상황에서 다양한 사회계층으로부터 후보를 추천받거나 의견을 듣고 이 교수를 지명했을 리 없다”며 “대통령실이 이미 지명해야 할 인권위 비상임위원 절차를 계속 연기하고, 자질 미달의 인물을 법에 명시된 요건을 무시하며 지명하는 것이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정책기조와 부합하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국가인권위원회법상 인권위원은 사회계층으로부터 추천을 받거나 다양한 이들의 대표성이 반영되도록 선출·지명해야 하는데 그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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