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승무원만 70명 자른 중국동방항공…법원 “차별적 해고”

승무원 부당 해고 무효소송 1심 승소
“해고 기간 미지급 임금 35억원 지급하라”

중국동방항공 소속 여객기. AP=연합뉴스

코로나19 상황에서 집단해고 통보를 받았던 중국동방항공의 신입 한국인 승무원 70명이 해고무효확인 소송 1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재판장 정봉기)는 8일 중국동방항공 한국인 승무원 70명이 중국동방항공 한국지점을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전부 승소 판결했다. 또 중국동방항공은 해고 기간의 미지급 임금 총 35억원을 원고들에게 지급하라고 했다.

재판부는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한 것은 적법하지 않고, 원고들에게 ‘갱신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외국인 승무원 중에서 ‘특정 기수의 한국 승무원’ 일부만 차별적으로 갱신을 거절하고 나머지 외국인 승무원들은 계속 고용을 유지했기 때문에 갱신 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판결이 나오자 방청석의 승무원들은 서로 손을 붙잡고 눈물을 흘렸다.

2020년 3월 중국동방항공은 2018년 3월12일 입사한 14기 한국인 승무원 73명 전원을 계약기간 만료로 해고한다고 일방 통보했다. 회사 측은 “항공시장 전반의 변화로 회사 경영이 비교적 큰 영향을 받아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못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신입 승무원 73명은 모두 2년제 기간제 근로자 형태로 고용됐으며 정규직 전환을 기다리고 있었다. 해직 승무원 73명 중 70명은 대책위를 꾸리고 소송을 진행했다. 2명은 대책위에 불참했고 1명은 소송을 포기했다.

승무원 측은 회사가 재직 중 근로계약서를 두 차례 갱신하고 코로나19로 인한 유급휴직 복귀일을 해고일 이후로 설정했으며, 해고 직전까지 신형 항공 기종 교육·훈련 이수를 지시해 ‘정규직 전환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또 개별적·구체적 심사 없이 일괄적으로 신입 승무원들을 모두 해고한 것은 정당하지 않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선고 직후 원고대표인 해직승무원 오혜성씨는 “전대미문의 코로나19로 인해 해고당하고,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우리 한국인 승무원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는 판결”이라며 “중국동방항공은 즉시 판결을 이행해 짓밟힌 저희 승무원들의 꿈을 지금이라도 되찾아달라”고 촉구했다.

신입 승무원들을 모두 2년 계약직 형태로 채용하고 이후 정규직 전환하는 국내 항공업계의 관행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장갑질119에서 일하는 최혜인 노무사는 “신입 승무원에 대해 수습 기간을 두는 대신 2년의 기간제로 고용하는 채용권·인사권 남용 관행은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혜민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