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승용차를 구매한 30대 직장인 이아무개씨는 미등록 사설업체를 통해 자동차 방문 운전연수를 받았다. 강사가 이씨가 운전하는 차의 조수석에 앉아 시내주행, 주차연습 등을 훈련시키는 방식이다. 가격은 10시간 30만원, 자동차 운전전문학원에서 받는 도로연수 가격의 반값 수준이다. 이씨는 “운전학원 도로연수 가격은 너무 비싸고, 강사가 매번 바뀌어서 체계적으로 배우지 못하거나 불친절하다는 주변 사람들 말에 선택하게 됐다”고 했다.
저렴한 비용을 내세운 운전 방문연수 홍보‧후기글을 포털사이트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현행법상 불법인 데다 전문가들은 사고 위험성이 크다고 경고한다.
도로교통법은 경찰청에 학원 등록을 하지 않은 사람이 대가를 받고 자동차 운전교육을 하는 것을 금지한다. 위반하면 2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합법적인 운전학원처럼 누리집을 꾸며놓은 업체가 많아 불법인지 모르고 이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교통사고 위험을 우려한다. 운전학원 연수차의 조수석 아래에는 보조 브레이크가 설치돼 있어, 강사가 위험 상황이 발생하면 바로 브레이크를 밟을 수 있다. 하지만 사설 운전연수는 보통 연수 신청자의 차량 브레이크에 플라스틱 봉을 연결해 조수석에 앉은 동승자가 브레이크를 작동시키는 경우가 많다. 이순열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13일 “보조 브레이크를 사용하는 것보다 손으로 누르는 봉과 같은 장치는 (작동시키기까지) 반응속도가 지연되는 데다, 오조작 가능성도 있어 사고 위험이 더 크다”고 말했다.
경찰은 꾸준히 무등록 업체와 강사들을 단속하고 있지만, 허술한 교육과정이 불법 방문연수를 부추긴다는 의견도 있다. 운전면허 취득시 의무교육시간이 적다 보니 도로에 바로 나서기 두려운 초보운전자들에게 ‘불법 연수’가 필수가 됐다는 것이다. 현재 자동차 운전전문학원의 최소 교육시간은 학과 3시간, 장내 4시간, 도로 6시간 등 총 13시간이다. 2010~11년 면허시험 간소화 시행 이전에는 의무교육 시간이 60시간(학과 25시간, 장내기능 20시간, 도로주행 15시간)이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미래자동차학부)는 “시장에서 편법이 횡행하는 원인은 면허시험 문턱이 낮아져 다시 연수를 받아야만 하는 면허시험 시스템의 문제도 있다”고 했다.
중국과 일본은 운전 의무교육시간이 약 60시간에 달한다. 호주는 연습면허를 1년 이상 소지한 채 정식면허가 있는 동승자를 조수석에 태워 120시간 이상 운전해야 잠정면허(P1) 시험을 신청할 수 있다. 정식면허를 받으려면 최소 2년 동안 잠정면허를 취득·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독일은 시험에 합격해도 2년간 임시면허로 운전한 뒤에야 정식면허를 발급한다. 일부 국가들은 야간주행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게 하기도 한다.
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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