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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보호 필요” vs “부적합”…여야 집시법에 엇갈린 답변 낸 경찰

등록 2022-09-14 18:40수정 2022-09-14 20:29

‘집시법 개정안’ 검토에 경찰청 공식 의견
‘대통령 집무실 집회 금지’ 개정안에 “찬성”
‘전직 대통령 자택’ 집회 금지는 “부적합”
지난 5월30일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집 근처에 한 보수단체의 방송차가 문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방송을 하고 있다. 김영동 기자
지난 5월30일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집 근처에 한 보수단체의 방송차가 문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방송을 하고 있다. 김영동 기자

‘전직 대통령 자택’과 ‘대통령 집무실’로부터 100m 이내 집회를 금지하자는 여야의 법안에 대해 경찰이 엇갈린 답변을 내놨다. 문재인 전 대통령 양산 자택 시위 논란으로 불거진 전직 대통령 자택 주변 집회 금지에 대해선 “법 체계상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대통령 집무실에 대해선 “보호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찬성했다.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안에 대한 검토보고서를 보면, 법률 소관 기관인 경찰청은 집회·시위 금지장소를 규정한 집시법 11조에 전직 대통령 자택을 추가하는 것(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의)에 대해 “전직 대통령 사저는 대통령경호법 등 별도 법령을 통해 경비·경호의 대상으로 지정하는 등 일정한 보호 필요성이 있는 장소로서 개정안의 입법 취지 및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집시법 11조의 입법 목적을 고려할 때 집회·시위의 금지장소에 전직 대통령 사저를 추가하는 것은 법 체계상 부적합하고, 집회의 자유가 헌법상 기본권인 점을 고려할 때 절대적 금지가 아닌 다른 규정으로 사저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개정안에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집시법 11조엔 대통령 관저와 국회의사당, 각급 법원, 외교기관 등이 집회 금지 장소로 규정돼 있다. 경찰이 양산 시위 논란으로 빚어진 전직 대통령 자택을 집시법으로 보호할지 여부에 대해 의견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극우 유튜버 등의 문 전 대통령 자택 앞 시위가 계기가돼 발의된 법안이지만, 현재 대통령경호법상 경호구역을 300m로 지정하면서 사실상 보호하고 있는 만큼 집시법 개정을 할 필요는 없다고 본 것이다.

행안위 전문위원도 집시법 11조의 입법 목적과 관련한 판례 등을 고려해 “(집시법 11조는) 헌법기관의 청사 또는 저택의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 집회·시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것인데, 현직이 아닌 전직 대통령이 일정한 헌법상 지위에서 국가정책결정 등의 헌법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경찰은 ‘대통령 집무실’을 집회 금지장소에 추가하는 것(구자근 국민의힘 의원 발의)에 대해서는 찬성했다. 경찰청은 “대통령은 민주적 정당성을 갖는 대의기관으로서 대통령이 수행하는 헌법적 기능은 그 특수성과 중요성에 비추어 특별하고도 충분한 보호가 필요하고, 현행법상 ‘대통령 관저’의 법률적 해석에 관해 발생한 논란으로 인해 대통령의 헌법적 기능 보호에 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만큼 개정안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냈다.

경찰은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용산으로 집무실을 옮기면서 관저와 집무실이 분리되자, 집시법 연혁을 근거로 ‘관저=집무실’로 해석해 인근 집회를 금지해왔다. 법원에서 연달아 집행정지 결정이 인용되자 지난 6월부터 인원 등을 제한해 허용하는 한편, 본안 소송을 진행 중이다. 지난 5월 서울행정법원은 집행정지를 결정하면서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와 고충을 직접 듣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를 증진하는 국가 정책을 수립하여야 하는 대통령 직책의 특수성을 고려하였을 때 대통령 집무실을 집회 및 시위의 금지 장소로 지정할 필요는 없다”고 짚기도 했다.

향후 국회에서 집시법상 대통령 집무실도 집회 금지 구역에 명확하게 추가할 경우, 이런 법률 해석 논란이 불필요해진다. 행안위 전문위원도 찬반 의견을 고려해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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