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법인 명예 이사장 등의 50억원대 횡령을 이유로 서울 휘문고등학교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위를 박탈한 교육당국 처분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신명희)는 15일 학교법인 휘문의숙이 서울시교육감을 상대로 제기한 자사고 지정취소처분 취소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학교 쪽 신청으로 일반고로 전환되거나, 5년마다 시행되는 운영평가에서 기준 점수에 미달해 일반고 전환 절차를 밟은 사례는 있었지만, 회계 비리로 자사고 지정 취소가 결정된 것은 휘문고가 처음이었다.
재판부는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사유 중 인정되는 (시행령 시행 이후) 횡령 액수만 30억7500만원에 이르고 배임액은 2100여만원에 이르는 점 등은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회계를 집행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처분사유가 충분히 인정된다”라고 밝혔다. 이어 “(학교법인 관계자들의 횡령은) 결국 휘문고의 공공성과 국민의 신뢰를 훼손한 원인이 됐다”고 꼬집었다.
서울시교육청은 2020년 7월 회계부정을 이유로 휘문고의 자사고 지정을 취소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회계부정을 자사고의 지정 취소 사유로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휘문고는 2021학년도부터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될 예정이었지만, 휘문의숙 측이 신청한 지정취소 효력정지 가처분이 법원에서 인용되면서 자사고 지위가 유지된 상태다.
앞서 휘문의숙 김아무개 전 명예이사장과 박아무개 사무국장 등은 2011~2017년 학교 시설물을 빌려주고 받은 시설 사용료를 사적으로 이용하거나 법인카드 사용 권한이 없는데도 개인용도로 쓰는 방식으로 50억원대 횡령을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전 이사장은 1심 선고 전에 숨졌고, 아들인 민아무개 전 이사장과 박 전 국장은 각각 징역 4년의 실형이 확정됐다.
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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