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소녀상’ 앞에서 무허가 집회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반일단체 활동가 등에게 1심에서 벌금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박희근 부장판사는 19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반아베반일청년학생공동행동(반일행동) 활동가 이아무개(25)씨, 유튜버 김아무개(52)씨, 시민 남아무개(36)씨 등 8명에게 벌금 30만~200만원을 선고했다.
이들은 2020년 6~12월 소녀상 앞에서 보수단체의 집회를 방해하거나 질서유지선 침범, 해산명령에 불응하는 등 집시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는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해당 지역이 집회금지 구역으로 지정된 상황에서 문화제를 개최한 혐의도 있다.
2020년 5월부터 소녀상 앞을 보수단체인 자유연대가 선점하고 ‘위안부는 거짓말’이라는 취지의 집회를 진행하면서 사건이 시작됐다. 반일행동은 ‘소녀상 지킴이’를 자처하며 자유연대가 선점한 집회 장소에서 맞불 농성을 이어 나갔는데 이 과정에서 두 단체가 수시로 충돌했다.
이번에 기소된 반일행동 회원 3명은 소녀상 철거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행동이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동기나 목적에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소녀상 훼손 시도가 있는 경우 바로 경찰의 도움을 받는 등의 법적 수단이 있다고 판단된다”라며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은 소녀상 좌측 인도 일부를 점거해 집회를 개최했다”며 “당시 참가자가 비교적 많지 않았고 집회로 통행에 심각한 방해나 위험을 초래하거나 코로나19 확산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앞서 이씨 등 8명은 지난해 5월 벌금형의 약식명령을 받았으나 결과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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