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당·녹색당·전국여성연대·불꽃페미액션 활동가들이 1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들머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16일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신당역 스토킹 범죄’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보지 않는다고 말한 일을 두고 ‘망언’이라고 말하며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국가기관장이 해당 기관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을 여가부 장관에게 통보해도 여가부에서 제대로 집계가 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한겨레>가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여가부의
‘국가기관별 성희롱·성폭력 사건 현황’을 보면, 여가부는 지난해 7월13일부터 올해 8월까지 36개 국가기관에서 성희롱·성폭력 41건을 보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같은 기간 고용노동부가 여가부에 통보한 성희롱·성폭력 사건은 3건이었는데, 여가부가 제출한 현황 자료와 정보가 일치하는 사건은 1건뿐이었다. 여가부가 의원실에 공개한 현황 자료로는 국가기관이 통보한 성폭력 사건 전체를 확인할 수 없었던 것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한겨레>에 “노동부에서 여가부로 통보한 성희롱·성폭력 사건 3건 가운데 2건만 ‘국가기관별 성희롱·성폭력 사건 현황’에 집계됐다”고 밝혔다. 나머지 1건은 노동부가 여가부로 직접 통보하지 않고 ‘공공부문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신고센터’를 통해 접수해 집계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노동부가 여가부에 직접 통보했다는 사건 2건 가운데 1건은 여가부가 제출한 현황 자료와 정보가 일치하지 않았다. 여가부 관계자는 “나머지 1건은 노동부가 사건을 통보한 날 여가부가 바로 집계하지 않아 두 부처에서 접수일에 차이가 생겼다”고 해명했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전에 벌어진 사내 성폭력(불법촬영) 사건이 여가부에 보고되지 않은 것을 두고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지난 16일 열린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서울교통공사가 여가부에 통보했어야 하는데 공사가 (사내 성폭력 사건인지) 정확히 알지 못해서 여가부에 통보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관이 여가부에 통보한 내용조차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양이원영 의원은 “여가부가 부처에 통보된 성폭력 사건조차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니 윤석열 정부가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 못 하는 것 아닌가”라며 “그러니 김현숙 여가부 장관과 윤석열 정부가 성폭력 사건에 대해 문제의식도 못 가지고 대책도 제대로 세울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관이 여가부를 폐지하겠다며 딴생각만 하고 있으니 여가부 본연의 역할에는 충실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사건발생 통보, 재발방지대책 제출 등 관련 통계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성희롱·성폭력 사건관리 시스템을 개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2023년 1억3100만원의 예산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주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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