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지난 7월 서울 시청 앞 서울광장과 세종대로 등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오는 24일 예정대로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주변 삼각지역 인근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 수 있게 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이상훈)는 20일 민주노총이 경찰의 집회 금지통고에 불복해 서울 용산경찰서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경찰은 교통 불편과 주민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집회를 금지통고했지만, 법원은 ‘경찰이 대안 장소로 제시한 곳이 주민 주거지와 더 가깝다’며 경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주노총은 오는 24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노동개악 저지! 개혁입법 쟁취! 10만 총궐기 성사! 민주노총(수도권) 결의대회’를 서울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인근 차로에서 열겠다고 지난 8월 말과 9월 초 경찰에 세 차례 집회 신고했다. 경찰이 앞서 두 차례 신고한 집회를 금지한 까닭에 민주노총은 장소를 바꾸어 세 번째 집회 신고를 했지만, 경찰은 교통 불편·주민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삼각지 파출소 옆 한강대로 3개 차로에서 집회를 할 것을 권고했다.
민주노총은 약 1만명이 참석하는 만큼 대열이 너무 길어져 행사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경찰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민주노총은 지난 2일 서울행정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법원은 ‘대안장소에서 집회를 개최할 수 있다’는 경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피신청인(경찰)은 최근에도 이 사건 대안 장소에서의 옥외집회 신고에 대해 금지통고를 하기도 했고, 이에 관한 문서화된 지침도 없는 등 대통령실 인근의 대규모 집회를 이 사건 대안장소로 제한할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은 피신청인도 세운 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법원은 경찰이 ‘주민 피해가 크다’고 내세운 주거지와, 집회 대안 장소 거리가 더 가깝다는 점을 짚기도 했다. 경찰은 집회 장소 인근 아파트 입주민들이 제출한 탄원서를 법원에 소명자료로 제출했으나, 법원은 “위 아파트는 이 사건 집회장소보다 이 사건 대안장소에서 더 가깝다”고 했다. 또 경찰은 인근 초등학교 학부모회 대표가 작성한 진정서도 제출했지만, 법원은 “진정서는 평일 시위로 인한 학습권 침해가 주된 내용으로 보인다”고 봤다. 24일은 학교 수업이 없는 토요일이다.
또 법원은 “(경찰이 제시한) 대안 장소는 이 사건 집회장소보다 공간이 좁아 집회 인원 일만명 중 절반 이상이 집회에 참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데, 공중보건을 위해 거리두기가 필요한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집회 참가자 수를 제한할 수는 없다”고 했다.
집회는 오는 24일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열리며, 버스전용차로를 제외한 삼각지역 3번 출구∼14번 출구 방향의 모든 차로에서 진행된다.
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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