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검찰총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 총장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 등을 만났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이 유엔 연설에서 북한 핵 문제 등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은 21일, 검찰은 문재인 정부에서 남북관계를 책임졌던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등을 연이틀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동료 16명을 죽인 북한 선원 북송 과정 수사를 통해 전 정권 핵심 안보라인은 물론, 남북관계 자체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끌어들였다. 윤석열 정부 역시 북한과의 공식·비공식 대화가 불가피한데, 검찰이 남북관계를 규율하는 상황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북한 선원 북송 과정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부장 이준범)는 21일 김연철 전 장관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김 전 장관은 전날에도 검찰에 불려나와 조사를 받았다. 2019년 11월 북송 당시 통일부 장관이었던 그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없는 것으로 보고 북송했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북송 결정 주체는 “안보실”이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지난 19일 조사했던 김유근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을 이날 다시 불러 북송 결정 과정 등을 조사했다.
검찰 수사 상황과 정치권 전망을 종합하면, 검찰이 정조준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 윗선은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과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이다. 수사팀은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증거를 분석한 뒤, 지난달부터 서호 전 통일부 차관, 김유근 전 차장, 김준환 전 국정원 3차장, 김 전 장관을 연일 조사하며 수사 범위를 넓히고 있다.
서 전 원장은 북한 선원 합동조사를 조기 종료시키는 한편, 합동조사 보고서를 통일부에 전달하며 ‘강제수사 필요’ ‘귀순’ 등 표현을 빼고, ‘대공 혐의점 없음’이라는 내용을 추가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 전 실장은 북송 결정 당시 컨트롤타워를 맡은 청와대 국가안보실 수장이었다.
검찰이 전 정권 안보라인을 조준하고 있는 북한 선원 북송,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수사의 핵심은 문재인 정부의 부적절한 지시, 최초 조사 내용 삭제·변경 여부다. 검찰은 1차로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과 실무자 조사를 마친 뒤, 2차로 전직 국정원장과 안보실장 등을 불러 책임자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 안팎과 정치권에선 최종적으로 어떤 식으로든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검찰이 조사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 사건은 재판에 넘겨지더라도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 상당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재판 과정 자체가 향후 남북관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안보 관계에까지 직권남용 법리를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 때 무리수가 많았다고 들었다”며 수사 필요성을 언급했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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