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에 마지막으로 열린 연세대 ‘개교 134주년 아카라카를 온누리에’ 축제. 연세대 제공.
“17(만원) 이상으로 오늘 자정까지 가장 큰 금액 쪽지로 보내주신 분에게 팔겠습니다.”, “절대 응원단 아님. 인증 가능. 로망석 25(만원)에 삽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3년만에 처음으로 대학에서 가을 축제가 열리면서 티켓 가격의 15배에 달하는 도 넘은 암표 거래가 활개 치고 있다. 지난 2년간 축제에 참여하지 못한 ‘코로나 학번’과 신입생 등 고액이라도 표를 구하려는 수요가 급증하며 벌어지는 일이다. 표를 판다며 돈을 받고 잠적하는 사기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연세대학교 응원단은 오는 24일 ‘개교 137주년 기념 아카리카를 온누리에’ 행사를 개최한다. 이번 축제는 코로나19 여파로 2018년 이후 3년만에 대면 행사로 열리게 됐다. 특히 연세대는 지난봄에 예정됐던 축제가 한국전쟁 발발 72주년과 겹치는 등의 이유로 취소되면서 이번이 사실상 코로나 뒤 맞이하는 첫 축제다. 응원단이 진행한 재·휴학생 개인 티켓팅에는 모두 6326명이 신청해 2200명이 당첨돼 4000여명은 표를 구하지 못했다.
아카라카 티켓이 고가에 거래되고 있는 연세대 에브리타임 갈무리.
표를 구하지 못한 학생들을 중심으로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암표 거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암표 가격은 정가(1만5000원)의 최소 8배(12만원)부터 시작해, 최대 16배(25만원)까지 이르고 있다. “17(만원) 이상으로 오늘 자정까지 가장 큰 금액 쪽지로 보내주신 분에게 팔겠다”며 경매 방식의 판매까지 이뤄지고 있다. 특히 해마다 아카라카에 아이돌 등 인기 가수들이 총출동해왔던 터라, 출연 가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푯값이 더욱 치솟고 있는 모양새다. 2019년에는 아이유를 비롯해 트와이스, 빈지노, 지코, 레드벨벳 등이, 2018년에는 싸이, 수지, 선미, 지코, 아이콘 등이 무대에 올랐다. 당일 가수가 무대에 오를 때까지 출연 가수 명단은 공개하지 않는다.
내년 2월 졸업을 앞둔 문과대학 4학년인 이아무개(22)씨는 22일 <한겨레>에 “코로나가 끝나고 3년 만에 열리다 보니 부르는 가격이 도를 넘었다. 코로나 이전에는 비싸도 2∼3배 정도 하던 게 지금은 10배가 넘는 20만원을 불러도 학생들이 사고 있다”며 “가격이 내려가면 사려고 했는데, 인기 가수들이 온다는 소문이 돌면서 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학번인 한아무개(20)씨는 “20만원을 부르길래 읍소해서 2만원을 깎아 18만원에 구입했다”며 “15000원짜리를 그렇게까지 올려받는 게 분하지만, 작년에 못 갔으니 올해는 꼭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고액에 암표 거래가 이뤄지다 보니 판매자들의 사기 행각까지 벌어지고 있다. 한 학생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장당 20만원에 4장을 구입하려 80만원을 모두 선입금했는데 연락이 두절돼 경찰에 신고했다”고 적었다. 생활과학대학에 재학 중인 최아무개(20)씨도 “다들 20만원 언저리를 부르는데, 12만원에 판다는 글이 올라와 기쁜 마음에 연락했는데, 가진 티켓을 인증하라고 했더니 판매자가 메신저방을 나갔다. 싸다고 급한 마음에 입금부터 했으면 큰일 날 뻔”이라고 말했다.
도 넘은 암표 거래가 이어지자 응원단에서는 부정 티켓 적발에 나섰다. 응원단은 에스엔에스를 통해 “정가를 초과해 거래되는 티켓 판매는 환불 처리되며, 향후 개최되는 아카라카 티켓팅에서 영구적으로 제외되고, 경우에 따라 법적인 조치까지 취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18년 5월에 열린 연세대 ‘개교 133주년 아카라카를 온누리에’ 축제. 가수 수지가 공연을 하고 있다. 연세대 제공.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