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에서 위탁업체 조리원을 허위로 배치해 요양급여를 받은 것을 알고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뒤늦게 법령에 위반된다며 환수처분을 내린 것은 신뢰보호 원칙에 어긋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클립아트코리아
요양원에서 위탁업체 조리원을 허위로 배치해 요양급여를 받은 것을 알고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뒤늦게 법령에 위반된다며 환수처분을 내린 것은 신뢰보호 원칙에 어긋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재판장 강동혁)는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보훈공단)이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을 상대로 낸 ‘장기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보훈공단이 허위로 인력배치를 해서 받은 요양급여를 돌려줄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건보공단은 1심 판단에 불복해 항소했다.
건보공단은 2019년 9월 보훈공단에 지급했던 요양급여 4억9천만원을 환수하는 처분을 했다. 보훈공단은 복지사업의 일환으로 요양원과 부설 주간보호센터를 운영하는데, 요양원의 급식 위탁업체 직원을 자체 고용한 조리원인 것처럼 신고해 급여 가산금을 받아 간 게 문제였다. 보건복지부 고시는 요양기관이 조리원을 1명 이상 추가로 배치할 경우, 요양급여를 정산할 때 ‘필요인력 추가배치 가산’을 적용받을 수 있다.
보훈공단은 요양급여 환수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보훈공단은 재판 과정에서 위탁업체 조리원도 ‘추가 배치 인력’이 맞는다며 기준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보건복지부와 건보공단 직원들이 그동안 위탁 조리원 배치 사실을 알고도 문제없다고 확인해줬다고 항변했다.
재판부는 보훈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보훈공단이 허위로 가산금을 받은 것은 문제라고 인정하면서도, 이번처럼 복지부나 건보공단이 보훈공단의 가산금 수령을 사실상 허용해놓고 뒤늦게 환수하는 건 ‘신뢰 보호 원칙’에 위배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처분 사유는 인정되지만, 신뢰 보호 원칙에 위반되므로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위법하다”며 급여 환수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