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 기록 위조를 시인한 한국사회봉사원 편지. ‘덴마크 한국인 진상규명 그룹’ 제공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국외로 영유아를 입양시킨 국내 기관이 입양 아동 친부모 생존 여부 등 출생기록을 허위로 작성했다고 당사자에게 사실상 시인했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해외 입양인들로부터 출생기록 위조 등 해외입양 과정의 인권침해를 조사해달라는 신청서를 접수하고 본격 조사를 검토 중이다.
‘덴마크 한국인 진상규명 그룹’은 지난 2016년 한국사회봉사회가 1976년 덴마크로 입양된 ㄱ(47)씨에게 보낸 영문 편지를 10일 공개했다. 이 편지에서 한국사회봉사회는 자신의 친부모를 찾기 위해 연락한 ㄱ씨에게 “영어로 쓰인 입양 문서에 실수가 있었던 것에 대해 사과한다. 이것(입양 문서)은 당신이 부산 ‘남광고아원’에서 해외입양을 위해 한국사회봉사회로 옮겨졌다고 적혀있다. (그러나) 사실 이는 그저 입양 절차를 위해 만들어졌고, 이제 원본 문서에 쓰인 입양 배경에 대해 공유하고 싶다”고 썼다.
그러면서 ㄱ씨가 고아라던 입양 문서와 달리 친부모가 ㄱ씨를 입양 보내게 된 배경과 친부모의 정보 등이 담긴 원본 문서 내용을 덧붙였다. 한국사회봉사원이 ㄱ씨가 입양될 당시 복잡한 입양 절차를 간소화하고 향후 양육권을 둘러싼 문제를 피하려고 사실과는 다르게 기록을 위조했다고 시인한 것이다.
덴마크로 입양 간 한국인들이 모여 만들어진 ‘덴마크 한국인 진상규명 그룹’은 앞서 지난 8월 진실화해위에 해외입양 과정에서 강압·뇌물·문서위조, 부실 행정, 문서 및 기록미비, 가짜 고아 호적 등 불법 입양 양상이 담긴 자료를 제출하며 인권침해 조사를 신청했다. 신청서를 제출하며 이들은 “해외입양은 결코 입양기관 단독으로 이루어질 수 없으며, 정부의 허용·승인·허가가 전제되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위법을 했거나 소극적으로 해야할 일을 하지 않음으로써(적극적 작위 및 소극적 부작위)를 통해 불법 입양에 개입하고 해외 입양인 인권침해를 초래했는지 여부를 진실화해위가 밝혀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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