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옛 외교부장관 공관에서 대통령 관저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16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입주하게 될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일대는 한산했다. 관저를 감싸는 매봉산 등산로와 인근 주택가, 관저 출입로가 위치한 한남초등학교 주변에는 경찰 10여명이 지키고 서 있었다. 휴일인데다 관저 리모델링 공사도 거의 마무리된 탓인지 경찰 순찰차량 외에 드나드는 차량은 드물었다. 관저 일대를 가리기 위한 목적인지 키 큰 조경수가 이전보다 확연히 많아졌다. 경호 인력들은 ‘군사시설보호구역’이라며 촬영을 막았다.
취임 5개월이 지난 윤 대통령 부부의 한남동 관저 입주가 계속 늦어지고 있다. 애초 지난 6월로 언급됐던 이사 시기는 별다른 설명 없이 계속 미뤄졌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서초구 집과 용산 대통령실을 매일 오고가는 탓에 관할 경찰서에서 동원된 경호·경비 인력들의 과도한 초과근로도 논란이 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한남동 관저 입주 시기를 묻는 질문에 “그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지 않나. 이제 어느 정도 안전장치 이런 것이 다 된 거 같아서 차차 이사 준비를 해야 되는데 워낙 지금 바쁘고 해서”라고 답했다. 경호 관련 시설 공사도 마무리됐지만 산적한 업무 때문에 이사할 짬을 내기 어렵다는 취지의 답변인 셈이다. 그러나 관저 인테리어 및 경호 시설 공사가 모두 끝났다면 출퇴근 시간과 경호 문제, 업무효율성 등을 따졌을 때 굳이 이사를 미룰 이유가 없다는 말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이와 관련해 최근에는 2024년 개통하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가 관저 지하를 통과할 예정이라 이 문제로 입주가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GTX 노선과 입주 시기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최종적인 안전·보안 점검 절차를 밟고 있다. 정확한 입주 시기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16일 낮 12시49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앞에 위치한 한남초등학교 쪽 인도. 이곳에 배치된 경호 인력들은 ‘군사시설보호구역’이라는 이유로 관저 쪽 방향으로는 촬영이 금지된다고 안내했다. 고병찬 기자
관저 입주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반응을 들어봤다. 기업 총수와 연예인 등이 많이 사는 나인원한남의 한 입주민은 “윤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집회·시위도 많아진 것 같다. 문재인 전 대통령 양산 사저 경호구역을 300m로 확대한 기준을 적용하게 되면 관저 주변 집회는 도로 건너편 나인원한남 앞에서 열릴 가능성이 크지 않겠느냐”고 걱정했다. 관저 근처 주택가에서 30년 넘게 장사를 해온 김범무(68)씨는 “(대통령의) 이사가 실감 나진 않는다. 원래 이 일대가 교통체증이 심한데, 대통령 출퇴근길에 차가 더 막히는 건 아닐지 걱정된다”고 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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