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전 구입한 김치냉장고에서 불이 나 피해를 본 소비자에게 제조사 등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1심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4단독 김진영 부장판사는 ㄱ씨가 김치냉장고 제조사 ㄴ사와 보험사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리고 피고들이 총 3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19일 밝혔다.
지난 2019년 4월10일 오후 6시쯤 ㄱ씨가 살던 서울 중랑구 아파트에서 불이 났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ㄱ씨가 베란다에 설치해 사용하던 김치냉장고에서 불이 시작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김치냉장고는 ㄴ사가 2002년 제조한 것으로 ㄱ씨는 16년 가까이 이 김치냉장고를 사용했다. ㄱ씨는 ㄴ사 및 ㄴ사가 책임보험을 든 보험사 등을 상대로 총 8000만여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소비자 쪽에서 제품에 하자가 있다고 추단할 수 있는 사실과 제품이 정상적인 용법에 따라 사용됐다는 사실을 증명하면, 하자로 인해 손해가 발생했다고 추정해 제조업자에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증명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손해배상제도의 이상에 맞다”고 밝혔다. 냉장고 기계실 내부에서 불이 시작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국과수 감정 결과가 있고, ㄱ씨가 벽면 부근에 김치냉장고를 설치하는 등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방법으로 사용했다고 볼 수 있어, 제조물 책임이 증명됐다고 본다는 뜻이다.
다만 ㄱ씨가 해당 냉장고를 사용한 기간이 16년 가까이 되고 ㄴ사 김치냉장고에서 화재가 여러 차례 발생해 ㄴ사가 무상점검을 해왔으나 ㄱ씨가 무상점검을 받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ㄴ사의 배상책임은 65%로 제한했다.
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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