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유도제를 환자들에게 투여해 성폭행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의사 강아무개(52)씨가 성범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진료기록표를 허위로 작성했다는 등의 혐의는 인정돼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재판장 안동범)는 20일 오전 강간·준강간·강제추행·폭행·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씨에 대해 징역 2년에 500만원 벌금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강씨의 강간 등 성범죄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하고, 의료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했다.
검찰 설명을 들어보면, 강씨는 서울 강남구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로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환자 4명에게 전신마취유도제 ‘에토미데이트’를 투약한 후 항거불능 상태의 피해자에게 성폭행을 저지른 혐의를 받아 구속 기소됐다. 에토미데이트는 ‘제2의 프로포폴’이라고 불리는 수면마취유도제로 마약류 지정이 되지 않은 약물이다. 또 그는 시술 목적으로 에토미데이트를 사용한 것처럼 진료기록부 18매와 피부 관리 기록지 8매를 허위로 작성하고 62회에 걸쳐 진료기록부를 작성하지 않은 혐의도 받았다. 앞서 검찰은 이런 공소사실을 토대로 징역 18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지목한 범행일시가 일관되지 못하고, 피해자들과 피고인 강씨가 나눈 대화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범행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성범죄와 관련한 무죄 판단 이유를 밝혔다. 의료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강씨가 비정상적 방법으로 병원을 운영하며 에토미데이트 등을 불법으로 투약하고 허위로 진료기록부를 작성하는 등 책임이 무겁고 의사로서 직업윤리를 져버린 점을 고려했다”고 했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