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촛불행동 주최로 열린 제11차 전국집중촛불대행진에 참석한 시민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경찰이 과도한 소음을 일으키는 집회·시위를 처벌하는 법 개정을 추진한다. 경찰청은 26일 오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과 함께 ‘국민불편 해소를 위한 집시법 개정 토론회’를 열어 이런 추진 방향을 공식화했다.
경찰은 우선 주거지 등에서의 ‘사생활 평온’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현행 소음 측정 기준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통상 집회·시위 현장에서 10분 동안의 평균 소음을 측정하는데, 주거지·학교·종합병원·공공도서관 등에서는 이를 5분으로 줄일 예정이다. 이때 측정한 최고 소음이 기준치(주간 75dB, 야간 65dB)를 1시간 안에 2차례 어기게 되면 확성기 중지 명령 대상이 된다. 기존엔 3차례 이상 위반이 기준이었다.
경찰은 과도한 소음을 내는 확성기 이용 등을 제한하는 ‘제한 통고’를 할 수 있는데, 이를 위반하면 집회·시위 주최자를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규정도 신설할 계획이다. 또 주최자뿐 아니라 제한 통고 사항을 알면서도 참가한 ‘집회 참가자’도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하겠다는 방침이다.
법조계와 시민단체에서는 ‘소음 자체가 목적’인 일부 집회·시위에 대한 적절한 제재는 필요하다면서도, 좀더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박한희 변호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법)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과태료가 아닌 형사처벌이 적절한가에 대해 논의는 하지 않은 채, 소음이 큰 집회는 최대한 열리지 않도록 하는 게 바람직한지 의문”이라고 했다.
경찰은 또 현행 집시법이 규정하는 ‘100m 이내 집회 금지 장소’에 대통령 집무실도 포함하는 법 개정도 추진한다.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주변 집회를 막겠다는 취지다. 김선휴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토론회에서 “대통령 집무실에는 상시 경호인력이 있고, 물건 투척·월담 등을 충분히 대비 가능한 이격거리가 있어 해당 기관 기능 훼손이나 신체 안전의 위협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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