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마포구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앞에서 공익감시 민권회의 등 주최로 가습기살균제 참사 전면재수사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 고발 뒤 나흘 만에 검찰이 ‘가습기 살균제가 안전하다’고 거짓 광고한 혐의로 애경산업 전 대표를 재판에 넘겼다. 공소시효가 만료되기 이틀 전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권유식)는 28일 안용찬 전 애경 대표이사와 애경 법인을 가습기 살균제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거짓·과장광고를 한 혐의(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나흘 전인 24일 안 전 대표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공소시효가 만료되는 30일을 앞두고 검찰은 나흘 동안 관련 수사 및 재판기록을 확보하고 안 전 대표를 서면 조사해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함께 고발된 김창근·홍지호 전 에스케이(SK)케미칼 대표이사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안 전 대표와 공범으로 고발된 이들의 공소시효 역시 30일까지였지만, 공범인 안 전 대표가 기소됐기 때문에 확정 판결 전까지 시효가 정지된다.
앞서 공정위는 이들이 유해 성분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를 개발해 각각 2002년과 2005년에 출시한 뒤 거짓 광고를 했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당시 낸 보도자료에서 가습기 살균제가 “인체에 무해하다”고 광고한 바 있다. 공정위는 이 같은 광고 내용이 거짓이라고 판단해 두 회사에 각각 7500만원과 3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고발 조처했다.
앞서 헌재는 지난달 29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헌법소원에서 공정위가 인터넷 기사를 심사 대상으로 삼지 않은 점을 위헌으로 봤다. 당시 헌재는 “인터넷 기사에 대한 심의 절차까지 나아갔다면 공정위 고발 및 이에 따른 형사처벌 가능성도 있었다”며 공정위 부실 대응을 지적했고 공정위는 부랴부랴 재조사에 나서 약 한달 만에 고발이 이뤄지게 됐다.
서울중앙지검은 “제품의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는데 홍보효과를 부각시킬 목적으로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인터넷 기사 형식을 빌려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 소비자들의 생명·신체를 위해에 노출시킨 중대한 사안”이라며 “공정위 고발 즉시 신속히 수사를 진행해 일부 피고발인들을 기소했고 다른 피고발인들을 계속 수사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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