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됐던 김형준 전 부장검사가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1호 기소’ 사례였던 ‘스폰서 검사’ 김형준 전 부장검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김상일 부장판사는 9일 뇌물수수 혐의를 받은 김 전 부장검사와 뇌물을 건넨 혐의를 받은 부장검사 출신 박아무개 변호사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2015~2016년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 단장으로 일하던 당시 옛 검찰 동료였던 박아무개 변호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에 수사 편의를 봐주고 이후 1000만원의 뇌물과 총 93만5000원 상당의 향응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김 전 부장검사가 2017년 7월 1000만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통상의 뇌물 거래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면서 ‘차용금’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앞서 둘 사이에 여러 차례 금전거래가 있었던 점에 비춰보면, 이때 돈을 주고받은 것 역시 앞선 금전거래와 특별히 다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고려했다.
그러면서 “김 전 부장검사가 1000만원을 박 변호사에게 반환한 것으로 보이는 이상 김 전 부장검사에게 1000만원의 영득 의사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후에 반환할 의사로 받아둔 것에 불과하다면 뇌물 수수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 전 부장검사가 박 변호사에게 2016년 3~4월 두차례에 걸쳐 총 93만5000원 상당의 향응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직무관련성이 있다고 봤지만, ‘수사상 편의 제공’이라는 대가성이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박 변호사가 김 전 부장검사에게 사건을 잘 처리해달라고 명시 또는 묵시적 청탁을 했다고 인정할 증거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별한 청탁이 있었다거나 향응과 대가적 관계가 있는 직무 행위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2015년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수단 단장으로 근무했다. 금융위원회는 그해 10월 박 변호사의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 사건을 대검찰청에 수사의뢰했고, 이 사건은 남부지검 증권범죄합수단에 배당됐다. 김 전 부장검사는 2016년 1월 예금보험공사 파견으로 자리를 옮겼고, 이후 박 변호사의 사건은 2017년 4월 혐의없음으로 종결됐다. 앞서 검찰은 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이 불거진 당시, 해당 혐의에 대해 무혐의로 처분했다. 그러나 경찰이 2019년 스폰서 김씨의 고발을 접수한 뒤 재수사에 나서 기소의견으로 송치했고, 공수처가 그를 기소했다.
앞서 김 전 부장검사는 중·고교 동창인 스폰서 김씨로부터 3400만원의 현금을 받고 2400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은 바 있다. 이날 무죄가 선고 뒤 김 전 부장검사는 취재진에게 “(공수처가) 본인들의 정치적인 논리에 따라서 이슈를 만들어내기 위해 그렇게(기소) 하는 것에 대해 참혹한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공수처는 “재판부 판단 내용 중 법리적으로 의견을 달리하는 부분이 있어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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