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12일 오후 3시부터 서울 중구 숭례문 앞 세종대로와 서울광장 일대에서 2022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노동자대회에 모인 9만여명의 노동자들이 ‘노란봉투법’ 개정을 촉구하고 이태원 참사로 숨진 희생자들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12일 오후 비가 내리는 가운데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 모인 민주노총 소속 16개 산별연맹 노조원들이 ‘2022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주최 쪽 추산 참가자 규모는 9만여명이다. 이들은 산별노조별로 세종대로 일대에서 노란봉투법(노조 파업 등 쟁의행위에 대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 방지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을 촉구하는 사전 결의대회를 연 뒤, 숭례문 앞으로 집결해 서울시청 광장까지 자리를 가득 메웠다. 노동자들은 ‘노동개악 저지’, ‘민영화 반대’ 를 요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서도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한덕수 국무총리 사퇴 및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본격적인 노동자 대회에 앞서 사전 발언에 나선 언론노조 윤창현 위원장은 앞서 대통령실이 <문화방송>(MBC) 기자들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불허한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윤 위원장은 “국민의 이름으로 운영되는 대통령 전용기인데 대통령 마음대로 (언론사를) 배제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언론 자유와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위한 입법 청원을 널리 알려달라”고 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12일 오후 3시부터 서울 중구 숭례문 앞 세종대로에서 2022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이날 대회사에 나선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은 “책임을 회피하는 정부가 죽음의 행렬을 만들고 있다”며 “이태원에서 112, 119에 신호를 보냈듯이, 살고 싶다는 노동자들의 절규에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노동자는 노동조합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사용자는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 손배가압류로 노동 3권을 막지 말라는 것. 이것이 우리의 요구”라고 외쳤다.
현장에서 투쟁하는 노조원들도 발언을 보탰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의 유최안 부지회장은 “우리는 하청노동자도 인간답게 살기 바라며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요구했다”며 “노조법 2·3조를 통해 하청노동자들은 자신의 권리를 온전히 챙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산업연맹 장옥기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부터 이태원 참사에 이르기까지 막을 수 있었던 사회적 참사로 희생된 분들이 너무도 많다. 매일 산업현장에서의 참사도 끊이지 않는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 1년도 되지 않았음에도 윤석열 정부는 누더기 법을 아예 있으나마나한 법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 건설노동자가 매일 2명씩 죽어가도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을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합원들은 노동자 대회를 마친 뒤 같은날 오후 5시에 열리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촛불 집회에도 참여했다.
같은 시각 보수단체인 자유통일당 등도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1만명 규모로 ‘자유통일 주사파 척결 국민대회’를 열었다. 단체들 간 충돌이 벌어지진 않았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