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만 하면 활동요원 두분이 장애인콜택시 잡는 것부터 약국에서 약 탈 때까지 저희를 도와주시니 얼마나 고맙던지요. 폐지된다고 하니 앞으로가 막막하기만 해요.” (지체장애인 박아무개씨·73)
서울 금천구에 사는 지체장애인 박씨는 지난해 남편이 암 선고를 받은 뒤 대학병원에 가야 할 일이 부쩍 많아졌다. 시각장애인 남편을 홀로 데리고 병원 검진을 받고 돌아오면 꼬박 6시간이 걸렸다. 박씨가 지원받는 하루 3시간 장기요양서비스로 남편의 병간호를 감당하기엔 벅차기만 했다. 절박했던 박씨에게 구립 동대문장애인종합복지관이 운영하는 ‘24시간 장애인도움콜’은 한 줄기 희망이었다. 박씨는 “너무 힘들어 ‘잠깐 도와줄 수 있겠냐’ 전화했더니 두 분이 집까지 찾아오셨다. 병원 갈 채비부터 집 돌아올 때까지 정말 친절하게 지원해주셨다. 그동안 얼마나 도움을 많이 받았는지 모른다”고 했다.
전화 ‘한통’으로 박씨처럼 응급상황에 놓인 장애인 가구를 즉시 지원해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들에게 만족도가 높았던 ‘24시간 장애인도움콜’ 사업이 내년도 예산 문제로 올해를 마지막으로 폐지될 위기에 처했다. 2017년 시작된 장애인도움콜 사업은 비용을 지원하던 삼성전자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나눔과꿈’ 후원 사업 종료로 정리 수순을 밟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나눔사업본부 관계자는 <한겨레>에 “전국에 있는 다양한 분야의 사회복지 (사업) 들을 지원해야 하는 입장이라 이 기관(동대문장애인종합복지관)만을 계속해서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데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했다. 해당 사업을 후원하는 삼성전자 쪽은 “‘청소년 교육’, ‘상생’ 두 가지 큰 테마에 선택과 집중해 나머지 사회공헌 사업들은 정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장애인도움콜은 서울시 14개 자치구에 사는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들을 대상으로 위기응급 상황에 전문교육을 이수한 요원들을 파견해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 지원 사업이다. 단순 심부름 등은 제외하고 병원 동행 등 ‘응급상황’인 경우에만 인근에 대기하고 있던 2명의 요원이 현장에 바로 출동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장애인도움콜 쪽은 올해 3~9월 7개월간 128건의 응급상황을 지원했다.
전문가들은 장애인도움콜처럼 ‘즉시’ 지원이 가능한 돌봄 서비스를 민간 후원에 기대는 것이 아닌, 기존 장애인 돌봄 시스템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서울시 등 공적 기관이 흡수해 계속 운영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현재 서울시도 노인·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일시적 위기 상황에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취지로 ‘돌봄에스오에스(SOS)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나, 신청부터 서비스 연계까지 3~7일 걸리는 터라 ‘즉시 연계’ 수요를 받아내지 못하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서명희 동대문장애인종합복지관 가족평생교육팀장은 “도움콜은 최소 2~3시간 만에 현장 지원이 이뤄지기도 해, 특히 발달장애 등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님들이 병원 동행 지원 등을 많이 요청한다”고 했다.
전지혜 인천대 교수(사회복지학)는 “활동지원 제도 등 현재 정부의 자립지원 정책이 있지만, 하루 24시간 지원받을 수 있는 장애인은 전국에 8∼900여명 수준밖에 안 된다”며 “서울시 등 공적 영역이 장애인도움콜과 같은 서비스를 흡수해 현행 돌봄 체계의 사각지대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했다. 서울시 안심돌봄복지과 관계자는 <한겨레>에 “관련 사업 수요 등 확인해보고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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