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사 대표 갑질 논란에 휘말린 오메가엑스 멤버들이 16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속사 대표에게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는 논란에 휘말린 보이그룹 오메가엑스가 16일 피해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오메가엑스 멤버들은 이날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속사 스파이어엔터테인먼트 대표를 지낸 ㄱ씨 등 소속사 관계자를 상대로 형사고소를 포함해 법적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 중간중간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오메가엑스는 지난해 6월 미니 1집 <바모스>(VAMOS)를 발표하며 데뷔한 11인조 보이그룹이다. 멤버 전원이 오메가엑스로 데뷔하기 전에 다른 보이그룹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어 ‘재데뷔돌’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리더 재한은 “그동안 참고 버틸 수밖에 없던 이유는 마지막 기회가 사라질 것이라는 두려움과 팬분들을 위해서였다”며 “맏형·리더로서 지치고 힘들어하는 멤버들을 보고, 제가 지켜내고 싶었다”고 전했다.
재한은 “ㄱ씨가 대표라는 점을 이용해 강제로 술을 마시게 하는 것은 물론, 성희롱 발언을 하거나 손을 잡고 허벅지와 얼굴을 만지는 등 성추행을 상습적으로 했다”고 주장했다. 또 “‘오메가엑스를 계속할 것이면 박박 기어라’ ‘죽여버린다’는 폭언을 일삼았다”고도 했다.
이로 인한 충격으로 일부 멤버들은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 재한은 “한겸을 포함해 모든 멤버들이 불안감과 공황 증세를 보이고 있다. 나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고음의 여성 목소리만 들어도 놀랄 정도”라고 심경을 밝혔다.
한겸은 “회사 회식에서 주로 그런 일들이 많았다. 대표에게 흑기사를 하면 선물을 주는 이상한 문화가 있었다. (흑기사를) 안 하면 대표가 삐지고, 째려보고 다음날 차갑게 대했다”고 전했다. 이어 “술자리를 거부하면 다음 앨범은 없다”는 협박성 발언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이날 기자회견엔 법률대리인 노종언·서주연 변호사가 참석했다. 노 변호사는 “2022년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전속계약을 해지하고 형사고소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법적인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속사 대표 갑질 논란에 휘말린 오메가엑스 멤버들이 16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지난달 오메가엑스 팬이라고 밝힌 누리꾼이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멤버들이 소속사 대표에게 폭언 및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갑질 논란이 번졌다. 오메가엑스 2022 월드투어 ‘커넥트: 돈트 기브 업’ 공연이 끝난 당일이었다.
당시 소속사는 멤버들과 대표가 투어 공연이 끝난 뒤 서로에게 서운한 점을 이야기하다가 감정이 격해져 언성이 높아졌지만 이후 모든 오해를 풀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논란이 확산하자 소속사는 ㄱ씨가 대표직에서 물러났다고 밝혔다.
예찬은 “폭언과 폭행이 있었던 날 호텔 방 문을 걸어 잠그고 숨어 있었다. 호텔에 요청해서 대표로부터 분리를 요청했다”고 했다. 한겸은 “재한이 형 방을 들어오려고 하는 대표를 온몸으로 막으려 했으나 대표가 새벽에 계속 찾아와 문을 발로 차고 두드려 불안에 떨었다”고 했다.
멤버들은 귀국 뒤 소속사와 대표에게 단 한번도 사과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노 변호사는 “소속사는 군대 문제를 거론했고, 멤버들 때문에 빚이 생겼으니 1인당 3억~4억원 상당의 내용증명을 보냈다”고 말했다.
소속사 스파이어엔터테인먼트는 이날 회견 내용에 대해 “현재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