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교제했던 여성의 집을 찾아가 가족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이석준. 연합뉴스
공무원 차적조회 권한을 불법으로 이용해 1101건의 개인정보를 흥신소에 팔아넘겨 ‘스토킹 살인 사건’으로 이어지게 만든 구청 공무원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최수환)는 24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뇌물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경기 수원 권선구청 공무원 ㄱ씨의 항소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1심 재판부가 선고한 징역 5년, 벌금 8천만원형이 유지됐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함께 기소된 흥신소 직원 두명에게도 1심과 마찬가지로 각각 징역 4년,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1심과 항소심 사이에 의미 있는 양형 조건 변경이 없다”며 “개인정보는 주소와 주민등록번호가 포함돼 (유출될 경우) 정보 주체에게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고, 피고인이 제공한 정보로 실제 살인사건이 발생하는 결과도 생겼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ㄱ씨는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약 2년간 공무원의 차적조회 권한을 불법으로 이용해 개인정보 1101건을 흥신소 업자에게 제공하고, 그 대가로 3954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ㄱ씨가 넘긴 개인정보에는 지난해 12월 발생한 ‘이석준 살인 사건’의 피해자 주소도 포함돼 있었다. 이씨는 한때 교제했던 ㄴ씨를 감금하고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ㄴ씨가 경찰에 신고하고 신변보호까지 요청하자, 이씨는 앙심을 품고 흥신소를 통해 ㄴ씨 거주지를 알아냈다. 택배기사 행세를 하고 ㄴ씨의 집에 찾아간 이씨는 ㄴ씨의 어머니를 흉기로 살해하고, 그의 10대 남동생에게도 중상을 입혔다. 지난 6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항소한 이씨는 다음달 15일 항소심 선고공판을 앞두고 있다. ㄱ씨는 피해자 ㄴ씨의 집 주소를 단돈 2만원에 흥신소에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 ㄴ씨의 주소는 또 다른 흥신소 두 곳을 거쳐 이씨에게 전달됐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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