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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차관은 ‘감액’ vs 의원은 ‘증액’…여가부 예산 둘러싼 이상한 공방

등록 2022-11-29 07:00수정 2022-11-29 10:49

국회 여가위 예결소위서 일부 예산 삭감안 고수한 여가부 차관
기재부 관계자 “부처가 예산 증액 거부하는 일 일반적이지 않아”
이기순 여성가족부 차관이 10월13일 오후 서울 LW컨벤션에서 ‘청소년정책 전달 및 추진체계 현황과 개선방안’을 주제로 열린 ‘제5차 청소년정책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제공
이기순 여성가족부 차관이 10월13일 오후 서울 LW컨벤션에서 ‘청소년정책 전달 및 추진체계 현황과 개선방안’을 주제로 열린 ‘제5차 청소년정책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제공

“예산 증액은 저희가 조금 수용이 어렵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기순 여성가족부 차관)

지난 16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예산결산심사소위에서 ‘이상한 공방’이 벌어졌다. 보통 예산소위에서 부처가 예산 증액을 위해 힘쓰고, 여야는 이를 검토하고 견제한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여가부는 몇몇 사업 예산이 삭감되거나 현상유지 수준에 머물렀는데도 이를 고수하려고 했다. 오히려 여야 의원들이 나서 예산을 늘리자고 했다. 이기순 여가부 차관은 의원들의 증액 제안에도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한 여가위 관계자는 <한겨레>에 “기재부에서도 ‘부처에서 나서서 예산을 안 받겠다고 하는 건 처음 본다’고 했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일반적이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29일 국회 회의록 속 이기순 여가부 차관과 여가위 예산소위 위원들의 발언을 살펴봤다.

◯ 이기순 여성가족부 차관

-“증액은 수용이 어렵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청소년프로그램 사업·청소년 유해환경 개선 및 피해예방 사업)

-“(국회 의견대로 증액하면) 조금 과도한 부분이 아닐까라는 고민이 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새일여성인턴 지원금)

-“(증액되지 않은) 원안 수용을 희망합니다.” (경기도 국비 미지원 건강가정지원센터)

-“(국회가 1170억원 확대를 제안했으나) 저희는 33억2200만원(국회 제안 액수의 2.8%) 증액을 제안드리겠습니다.… 현재 재정 여건이나 복지 형평성 등을 고려할 때, 물론 모두가 받아야 된다는 취지에는 동감을 하나 약간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청소년 생리용품 지원)

이기순 여가부 차관은 여가부 예산소위 내내 여러 사업과 관련한 국회의 예산 증액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유는 다양했다. ‘국회의 증액이 과도하다’ ‘사업이 중복된다’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 등등. 여기에 여야를 가리지 않고 비판이 이어졌다.

지난 16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예산결산심사소위에서는 여성가족부는 몇몇 사업 예산이 삭감되거나 현상유지 수준에 머물렀는데도 이를 사수하려고 했다. 오히려 여야 의원들이 나서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클립아트코리아
지난 16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예산결산심사소위에서는 여성가족부는 몇몇 사업 예산이 삭감되거나 현상유지 수준에 머물렀는데도 이를 사수하려고 했다. 오히려 여야 의원들이 나서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클립아트코리아

◯ 홍정민 위원(더불어민주당): 차관님께서 얼마를 수용할지에 대해서는 말씀을 안 해 주시고 과도하다고만 하십니다. …의지를 보여 주는 차원에서 저는 어느 정도까지 증액을 최대한 하실 수 있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 최승재 위원(국민의힘): 저는 증액하더라도 큰 무리가 없다고 생각을 합니다.… 본예산은, 지금 현재 정부안은 그렇다 해도 증액 예산에 관련된 부분은 취지에 맞게끔 사용을 하시면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특히 이기순 여가부 차관은 일부 사업의 예산 삭감을 두고 “정부 재정사업 평가에서 ‘미흡’을 받은 부분이 있어서 감액한 부분이기 때문에 원안 유지를 희망한다”고 반복했다. 이기순 차관은 “미흡을 받게 되면 대략 한 10% 정도를 구조조정해서 예산편성을 하겠다는 게 정부의 전체적인 가이드라인”이라며 “지출 구조조정을 하라고 전체적으로 정부가 감액한 부분이 사실은 예산편성의 기준이 되고 있고 그래서 저희가 예산 요구할 때부터 삭감을 해서 냈기 때문에 사실 기재부가 받아 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인다”고 했다.

이에 여야 의원들은 이기순 차관의 소극적인 태도를 지적했다.

◯ 김선교 위원(국민의힘): 예결위에서 되고 안 되는 것은 예결위 문제이고 우리 여성가족부가 일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증액 부분에 대해서 그렇게 반대할 필요가 없는데….

◯ 이원택 위원(더불어민주당): 비록 여가부가 폐지되고 또 부처가 통합된다 하더라도 이 예산이 제대로 성립되어 있어야 가서 역할을 하지 예산이 없으면 절대 역할을 못 하는 겁니다.… 우리 예산소위하고 여가위에서 요청했기 때문에 수용하는 것으로 일단 여기에서는 넘기고 예결위에서 판단은 그다음 판단이니까 적극적 자세로 임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볼 때.

◯ 이원택 위원(더불어민주당): 차관님, 그냥 저희 핑계 대세요. 저희 핑계 대시면 되잖아요.

◯ 여성가족부 차관 이기순: 따르겠습니다.

하지만 <한겨레> 취재 결과, ‘재정사업 평가 미흡’을 언급한 이기순 차관의 발언은 예산 증액을 거부하기 위한 핑계에 가까웠다. 기재부 관계자는 28일 <한겨레>에 “부처가 나서서 예산 증액을 거부하는 일은 일반적이지 않다”며 “국회는 정부안을 살피고 삭감하는 일을 하는 곳인데 평가가 미흡하더라도 국회와 해당 부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예산을 늘리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고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어 “여가부가 미흡 평가를 받았지만 사업을 지속할 의지가 있으면, 기재부에 해당 사업의 필요성을 소명할 기회가 있다. 그렇게 되면 삭감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각종 사업 예산 증액에 소극적 태도로 일관한 이기순 차관이 끝까지 지켜내려고 한 예산은 ‘인쇄비 9000만원’이다. 이소영 위원(더불어민주당)은 해당 사업비 3100만원 감액을 요청했다. 결국 인쇄비는 차관의 읍소로 10% 감액되는데 그쳤다.

◯ 이소영 위원(더불어민주당): 요즘 옛날처럼 손에 골무 끼고 인쇄물로 서류 보는 시대도 아니고 위원님들 같은 경우에는 인사청문회 할 때도 책상마다 노트북이 있지 않습니까.… 700페이지 이것을 누가 한 장 한 장 넘겨서 볼 거라고 100부나 인쇄를 해서, 이렇게 운영을 하셨으면서 ‘필요한 것이다’ 또는 ‘많은 금액이 아니다’ 이렇게 설명을 하시는 것인지 제가 이해가 잘 안 가고요.

◯ 여성가족부 차관 이기순: 이게 수용비 예산인데 9000만원입니다. 이게 인쇄비로 쓰이기도 하지만 물품 사용이나 이런 부분으로 쓰이는 기본경비 중의 하나입니다. 사실은 기본경비가 저희 부처가 제일 적은 부처이고 많지 않은 부분이라, 또 이런 것들은 감액이 되면 나중에 증액시키기도 상당한 어려움이 있어서.… 저희 다이어트하라는 취지로 한 10% 정도로 (감액) 해 주시면 어떨까 하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지난 27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장은 이제 (여가부의) 1조5000억원 예산에 (복지부의) 33조원의 예산을 가지고 본부를 꾸려 가는 것”이라며 ‘예산의 확대’를 여가부 폐지의 필요성으로 언급했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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