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대통령 집무실과 전직 대통령 자택 인근에서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법안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했다. 일부 의원들의 반대 의견도 나왔지만, 이채익 행안위원장은 “여야 간사 간 합의된 법안”이라며 표결 없이 법안을 통과시켰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1일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집시법) 개정안에 반대 의사를 밝히며 표결을 요구했다. 용 의원은 “집시법 개정안은 예외적 허용 규정도 두지 않고 대통령 집무실과 전직 대통령 사저 100m 이내 집회·시위를 원천 금지하는 절대적 금지 방식으로 올라와 있다. 행안위가 위헌성이 충분히 예상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는 오명을 받을 이유가 있느냐”고 말했다.
용 의원은 개정안에 ‘명분’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용산 이전은 국민과의 소통이 이유였는데, 국민 목소리를 가까이에서 듣지 않겠다는 건 모순이다. 최고 수반이 일하는 공간에서 국민들은 자신의 요구를 외칠 권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직 대통령 자택 인근 집회 금지안에 대해서도 용 의원은 “전직 대통령 사저는 (집시법상 집회 금지 장소인) 헌법기관도 주요 기관도 아니다. 사저가 경호의 대상일지언정 집시법에 집회 금지 장소에 포함될 이유는 없다”고 짚었다. 이어 “과도한 욕설 및 소음으로 일상과 주민 일상에 괴로움 발생 사실이지만 이런 예외적인 사실로 위헌 소지 큰 법 개정은 안 되고 정치적으로 풀어야 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그걸 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집무실 집회 금지안에 대해서만 “2018년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이후 국회의사당과 법원 등이 절대적 금지 공간에서 상대적 금지 공간으로 법이 개정됐다”며 “대통령집무실을 절대적 금지 공간에 포함시킨 개정안은 개정의 취지와 관계 없이 위헌 논란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며 반대 의견을 내며 다시 논의하자고 요청했다.
그러나 이채익 위원장은 “간사 간 사전 합의해서 통과시키기로 했다. 용 의원, 천 의원 반대 의견은 속기록에 반대 의견으로 등재해 의결하고자 한다”며 법안을 통과시켰다. 용 의원은 이에 항의한 뒤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이날 행안위의 집시법 개정안 통과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용산 대통령실과 경남 양산 문 전 대통령 자택 근처 주변 집회를 막으려는 국민의힘과 법안 통과 열쇠를 쥔 더불어민주당 쪽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현행 집시법(11조)은 대통령 관저, 국회의사당, 헌법재판소·법원, 국회의장·대법원장·국무총리 등의 공관, 외교기관 및 외교사절 숙소에 대해서만 100m 이내의 집회·시위를 제한·금지한다.
집시법 개정안을 두고 시민사회 반발도 크다. 참여연대는 이날 “헌법에서 기본권 확장을 위해 부여한 입법권을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전현직 대통령 지키기라는 자신들의 일시적 이해관계를 위해 남용한 것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집시법 개악안’을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성명을 냈다.
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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