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서울 서대문구에서 한 시민이 마스크를 벗은 채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지나가는 버스 안 마스크 착용 승객과 대조를 이룬다. 연합뉴스
방역당국이 마지막 남은 코로나19 방역 조처로 ‘실내마스크 의무화’ 지침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대전시가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를 예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방역당국은 개별 지자체 단위의 방역 해제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를 막을 법령상 근거는 없어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전문가들은 실내마스크 의무 해제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4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대전시는 ‘오는 15일까지 정부 차원에서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처를 해제하지 않으면 다음해 1월부터 자체 행정명령을 발동해 시행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전달했다. 대전시는 실내마스크 해제의 근거로 △식당·카페 등에서 대부분의 사람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점 △아동의 언어·사회성 발달에 부정적이라는 점 △실내마스크 의무가 해제된 국외 사례가 증가하는 점 등을 제시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취약계층이 있는 병원 등 일부 공간을 제외하곤 개인 자율에 맡길 때가 됐다. 중앙정부가 획일적으로 결정할 게 아니라 시·도지사가 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방역지침에 따르면, 실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을 경우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방역당국은 지자체 개별 방역 해제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중대본 결정보다 강화된 방역 조처는 지자체 필요에 따라 자체 도입할 수 있지만, 조처를 완화할 때는 중대본과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2020년 코로나19 유행 초기 중앙·지방정부가 함께 참여하는 중대본 회의체에서 합의에 따라 결정된 의사결정 원칙”이라며 “단일의 방역망 가동이 중요한 만큼 중대본 조치계획에 함께하도록 대전시와 긴밀히 협의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대전시가 중대본과의 이런 ‘합의’를 깨고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 등을 완화하더라도 중앙정부가 이를 막을 법령상 근거는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와 관련해 대전시의 요청대로 15일까지 최종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사실상 없어 보인다. 오는 15일 코로나19 대응 방향을 논의하는 ‘1차 전문가 공개 토론회’가 예정돼 있지만 ‘의견 수렴→자문위원회 회의→중대본 결정’ 등의 절차가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을 계기로 실내마스크 해제에 대한 논의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는 “7차 유행의 정점은 이미 2주 전에 도달한 뒤 내려가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화 해제를 논의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12월 첫째 주(11월28일~12월4일) 하루 평균 코로나19 확진자는 5만2951명으로 직전 주(5만4111명)에 견줘 소폭 감소했다. 앞서 지난달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7차 유행을 공식화하면서 “겨울철 유행이 안정화될 때까지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는 유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권지담 최예린 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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