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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신당역 스토킹 살인’ 형량 결정, 이 사람 역할이 중요하다

등록 2022-12-12 05:00수정 2022-12-12 13:06

검찰 제출 증거 외 양형 판단요소
재판부가 직접 조사하는 제도
원래 형사 아닌 가사·소년사건에 운영
법적 근거 희박하다는 지적도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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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의 결심 공판이 13일 열릴 예정이다. 범행 현장에서 현행범 체포된 이 사건 재판에서 관심사는 피고인 전주환의 유무죄가 아니라, 그의 형량이 어떻게 결정될 것인지다. 이에 이 사건을 담당하는 재판부는 법원의 ‘양형조사제도’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씨의 가정환경과 성장 배경, 재범 가능성과 피해자 유족의 심리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위한 방안으로 보인다.

12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이 법원 형사25-1부(재판장 박정길) 심리로 진행되고 있는 전씨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살인 혐의 재판은 양형을 중심으로 심리되고 있다. 형사재판은 혐의 인정 여부를 가리는 ‘유무죄 판단’과 유죄인 경우 선고형을 정하는 ‘양형 판단’으로 이뤄지는데, 현행범 체포된 전씨가 이미 스스로 범행을 인정하는 만큼 양형에 대한 판단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오는 13일로 예정된 공판을 양형심리 기일로 지정해, 전씨의 재범 위험성 등 심리 상태를 살피고 피해자 유족의 의견도 청취할 예정이다. 재판부는 이날 증거조사와 변론 절차를 종료할 예정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 진행 과정에 법원의 양형조사관을 통한 양형조사도 진행했다. ‘양형조사제도’란 형사사건을 심리하는 재판부가 검찰이 제출한 증거 외에도 양형의 판단요소가 되는 자료를 직접 조사하는 제도다. 재판부는 양형조사관을 통해 △재범 위험성과 범행 동기 △피해자·가족의 상태 △합의 및 피해회복 여부 등을 살핀다. 재판부는 공판 과정에 나온 각종 증거 자료와 양형조사를 통해 확인한 각종 양형인자를 참작해 전씨의 형사 책임을 물을 예정이다.

법조계에서는 양형조사제도가 보다 광범위하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양형 조사를 통해 피고인의 불법행위 자체 뿐만 아니라, 사건을 둘러싼 각종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폭력 사건 심리 경험이 많은 한 부장판사는 “양형 심리를 할 때 다양한 이야기를 폭넓게 들는 것은 법관으로서 오류 가능성을 줄일 수 있고, 적정한 양형을 판단하는데도 긍정적”이라며 “피해자 보호와 피해자 진술권 보장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재판 과정에 피고인 쪽이 피해자에게 합의를 요구하면서 2차 가해가 이뤄지는 경우도 많은데, 양형조사관이 간접적으로 합의 의사를 전달하면서 2차 가해를 방지할 수 있는 순기능도 있다.

그러나 양형조사제도가 사용되는 일은 드문 게 현실이다. 먼저 법적 근거가 부실하다. 현재 이 제도는 법원조직법 제54조의3에 규정된 ‘법원조사관’이 양형 조건까지 살펴보는 방식으로 운영되는데, 법원 조사관 제도는 애초에 일반 형사사건이 아닌 가사·소년·아동보호사건을 위해서 만들어졌다. 이에 양형조사관의 법적 근거가 희박하다며 법무부 교정당국 등과 협조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법원 내부에서는 일반 법원 공무원들이 ‘순환 보직’처럼 업무를 맡아,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10년 동안 전국 각급 법원에 매해 접수되는 형사사건 140∼160만여건 가운데 양형조사관이 참여한 경우는 해마다 2~4천여건에 불과했다.

이에 법원에서는 양형조사관 제도를 양성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의 한 판사는 “법원 요구에 따라 법무부 보호관찰소도 피고인에 대한 판결 전 조사를 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유죄를 입증하는 검찰의 시각에서 엄벌 필요성만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며 “재판 당사자가 아닌 법원이 객관적으로 조사해 판결에 반영할 수 있도록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현직 판사도 “피고인이 무죄를 주장하지 않고 혐의를 인정하면 형사재판에서는 양형 판단이 가장 중요하다. 양형은 피고인에게 불법과 책임의 정도를 구체화한다는 점에서 피고인은 물론 피해자의 사정까지도 두루 고려해 사건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며 “형사절차상 실질적으로 보장되기 어려운 피해자 진술권을 보장하는 방법으로서도 양형조사제도의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사법부 차원에서도 관련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사법행정자문회의는 지난 9월 “공정하고 충실한 양형 심리를 위해 법원 조사관에 의한 양형조사가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며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양형조사제도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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