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사태 직후 중앙청 기자실에 계엄을 선포한다는 내용이 기록되고 있다. 연합뉴스
‘10·26 사태’ 이후 유신 잔당과 전두환씨 등의 화형식을 주최했다가 징역 8개월형을 확정받았던 김광훈(68) 목사가 41년 만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8-3부(재판장 장윤선)는 계엄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유죄를 선고받은 김 목사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대학생이었던 김 목사는 1980년 5월 계엄법을 어기고 전두환씨(당시 중앙정보부장 서리), 유신 잔당 등의 화형식을 하는 등 불법 집회를 주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시국선언문을 작성하고 다른 학생들과 함께 시국성토 강연, 민주정부 수립식 등 집회를 주최하거나 다른 강연회·시위에 참석한 혐의도 있다.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 피살 직후, 최규하 전 대통령 권한대행은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 계엄포고를 내렸다. 계엄포고 제1호는 모든 집회는 허가를 받아야 하고 시위 등 단체활동은 금지되며, 계엄포고를 위반할 경우 영장 없이 체포·구금·수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김 목사는 신군부가 들어선 뒤인 1981년 3월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은 징역 8월을 선고했고, 이 형은 확정됐다. 지난해 10월 김 목사는 “당시 적용된 계엄포고는 헌법 등에 위배돼 무효이고, 이 계엄포고에 따라 영장 없이 체포됐다”면서 재심을 청구했다.
법원은 올해 9월 재심개시를 결정하고 재판을 진행한 끝에 김 목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계엄포고는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발동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발령됐고, 그 내용도 표현의 자유 등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무효”라며 “계엄포고가 당초부터 위헌·무효인 이상, 계엄포고 위반을 전제로 한 공소사실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