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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누구나 평등하게 살 권리”…성소수자와 함께 하는 상담사들

등록 2022-12-15 07:00수정 2022-12-15 09:25

12일 서울 성동구에 있는 이덕희 상담사의 상담소 안에 여러 소품들이 놓여 있다. 이주빈 기자
12일 서울 성동구에 있는 이덕희 상담사의 상담소 안에 여러 소품들이 놓여 있다. 이주빈 기자

이덕희 심리상담사의 상담실은 알록달록하다. 무지개 소품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예쁜 무지개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마음을 여는 상징이 된다. “그걸 보니까 선생님께는 말해도 될 것 같더라고요.” 상담을 요청한 이가 성소수자임을 드러내는 순간, 이덕희 상담사는 생각한다. ‘이분이 편안하게 느꼈구나.’

이 상담사는 성소수자와 함께하는 상담사 모임 ‘다다름’(https://linktr.ee/QALLY)에 소속돼있다. <한겨레>는 12일 서울 성동구에서 박도담 다다름 대표와 이덕희 상담사를 만났다. 다다름은 지난해 초 변희수 하사 등 트랜스젠더의 잇따른 죽음을 애도하며 시작됐다. 상담실은 편안하고 안전해야 하는 장소다. 성소수자에게도 그럴까. 박 대표는 “성소수자들을 설문조사해보니 상담사로부터 ‘그 문제(성별정체성·성적지향)는 일단 제쳐두자’ ‘그러다 결국 이성과 결혼할 거다’ ‘한때의 방황이다’ 등의 발언을 들은 내담자도 있었다”고 했다.

‘상담실뿐 아니라 어디에서든 누구나 평등하게 살 권리가 있다’는 다다름 입장에 공감한 상담사 200여 명이 동참했다. 이들은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에서 소통한다. 이 상담사는 “지난해 초 지인이 커밍아웃했다. 그에게 타인이 던진 미세한 혐오발언(“여자인데 왜 머리가 짧냐” 등)이 떠올랐다. 성소수자가 가까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를 위해 목소리를 내보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다름’은 ‘상담사와 성소수자의 평등한 연대 관계에 다다르고자 하는 소망’과 ‘서로의 다다름을 존중할 수 있는 사회로의 다다름’이란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다다름은 지난 7월 서울 퀴어퍼레이드에 참가했고 ‘퀴어 프렌들리 상담사 리스트’도 배포했다.

다다름은 지난 11월 ‘성소수자 인권 단체 활동가 및 당사자와의 인터뷰 자료집’을 만들어 배포했다. 올해 진행한 ‘성소수자 대상 심리상담 경험 및 욕구 설문조사 보고서’는 다음해 공개할 계획이다. 이주빈 기자
다다름은 지난 11월 ‘성소수자 인권 단체 활동가 및 당사자와의 인터뷰 자료집’을 만들어 배포했다. 올해 진행한 ‘성소수자 대상 심리상담 경험 및 욕구 설문조사 보고서’는 다음해 공개할 계획이다. 이주빈 기자

이들이 경계하는 것은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동정이다. ‘다다름’은 지난 6월8~24일 심리상담 경험이 있는 전국 성소수자 2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상담 주제는 △불안·우울 등 정신건강(22.87%·중복응답) △대인관계(14.48%) △가족관계(12.18%) 순으로 많았다. 성소수자 정체성에 대한 주제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소수자 혐오(5.41%) △커밍아웃(4.19%) △성별 정체성 및 성적지향(3.65%) △아웃팅(1.62%) 등이었다. 박 대표는 이 결과에 대해 “성소수자가 아닌 사람과 성소수자가 고민하는 문제가 크게 다르지 않다. ‘성소수자는 차별받으니 불행할 것’이라는 태도는 성소수자의 다양한 삶의 맥락을 지워버린다”고 강조했다.

응답자의 17%(34명)는 상담사에게 커밍아웃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35.38%(중복응답)가 ‘상담사가 잘 받아들일지 몰라서’ 커밍아웃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 일이 상담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답한 사람은 14명이었고 20명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말할 수 없었다’ ‘계속 숨기거나 거짓말해야 해서 불편했다’ ‘상담사와의 거리감이 느껴졌다’고 답했다.

이덕희 상담사(왼쪽)와 박도담 다다름 대표가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색 곰인형을 들고 있다. 박 대표 제공
이덕희 상담사(왼쪽)와 박도담 다다름 대표가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색 곰인형을 들고 있다. 박 대표 제공

다다름 출범 이후 상담 분야에는 긍정적인 변화가 생겼다고 한다. 박 대표는 “퀴어문화축제 시즌이 오면 ‘성소수자를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내담자로 만나고 싶진 않다’는 말을 하는 상담사도 있었다. 지금은 그런 혐오 발언을 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 상담사는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제지하는 행동도 적극적으로 하게 된다. 단체 회원들이 연대해줄 것을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상담사는 “성소수자 내담자가 커밍아웃할 수 없어 상담에 영향을 주는 것을 원치 않았다”고 했다. 무지개 소품을 곳곳에 놓고, ‘여자친구’ ‘남자친구’라는 말 대신 중립적인 단어를 선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박 대표와 이 상담사에게 상담을 받는 이의 30~50%는 성소수자다. 박 대표는 “상담사들도 자신이 앨라이(성소수자 인권 지지자)임을 드러내는 것이 필요하다”며 “설문조사 결과 성소수자들은 상담사가 자신의 커밍아웃에 담담하게 ‘그렇군요’라고 말하는 것을 원한다. 상담자로서 성소수자 상담을 어렵게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박 대표는 “상담사가 전적으로 성소수자를 수용해도 상담을 받는 이가 상담실 밖으로 나갔을 때 사회로부터 차별을 마주한다면 어떨까. 결국 상담실 안팎에서 내담자가 자기 모습으로 살 수 있도록 함께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다름은 지난 11월 ‘성소수자 인권 단체 활동가 및 당사자와의 인터뷰 자료집’을 만들어 배포했다. 올해 진행한 ‘성소수자 대상 심리상담 경험 및 욕구 설문조사 보고서’는 다음해 공개할 계획이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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