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엔에스(SNS)에 개인 생활과 일정을 최대한 안 드러내는 것을 추천하고 싶어요. 저 같은 경우는 방송하다 보니까 시청자들에게 ‘저 내일 미팅 있어요’ ‘내일 운동 가요’ ‘이때 쉬어요’ 이런 것들이 다 정보가 되더라고요.”
지난 5월 방송에서 공개적으로 스토킹 피해 사실을 알린 비제이(BJ) 릴카는 당시 유튜브 영상에서 스토킹 대처 방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릴카는 2019년 6월부터 신원을 알 수 없는 한 남성으로부터 3년 가까이 스토킹을 당했다. 남성은 처음에는 거주지를 맴돌고 에스엔에스로 이상한 메시지를 보냈다. 위협을 느낀 릴카는 이사를 했지만, 남성은 재차 미행해 주소를 알아냈다. 그는 릴카가 방송에서 ‘머리가 아프다’고 하면 현관문 앞에 두통약을 두고 갔고, 방송 도중 현관 초인종을 눌렀다. 오토바이를 타고 릴카가 탄 택시를 따라잡으며 릴카를 계속 쳐다보기도 했다. 릴카는 결국 이 남성을 경찰에 신고했고, 지난 4월 서울동부지법은 스토킹처벌법 위반 등을 인정해 징역 8개월과 벌금 10만원을 선고(집행유예 2년)했다.
‘팬을 신고한다’는 부담감에 스토킹 행위를 참다 보면 성폭행·성추행 등 다른 범죄로도 진화한다. 2020년 청주지법은 20대 여성 비제이에게 ‘방송에 대해 조언을 하고 편집을 도와주겠다’며 집으로 유인한 뒤 유사강간 범죄를 저지른 남성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서울중앙지법도 20대 여성 비제이를 강제로 추행한 ‘시청자’에게 징역 6개월(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제어되지 않은 스토킹은 비제이 가족에 대한 살해나 살해 시도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10월 서울 은평구에서 30대 남성이 스토킹하던 인터넷 방송 비제이 어머니를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해 의정부지법은 여성 비제이 어머니를 죽이려 한 남성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기도 했다. 이 남성은 ‘다른 사람이 피해자를 가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피해자 어머니를 죽여서 피해자가 인터넷 방송을 중단하게 만들려고 계획했다.
아프리카티브이(TV)에서 상시 활동하는 비제이는 3만여명에 이른다. 아프리카티브이를 포함해 3대 실시간 방송 플랫폼으로 꼽히는 트위치·유튜브에서 하루 평균 실시간 시청자 수는 지난달 기준 33만6000여명(아프리카도우미·트위치트래커 기준)으로 추정되지만, 방송하는 이들을 향한 괴롭힘과 스토킹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플랫폼 차원의 대책은 한계가 뚜렷하다.
아프리카티브이는 고객센터를 통해 스토킹 관련 피해 신고를 접수하고, 플랫폼 서비스 내에서 스토킹 행위가 확인되는 경우 운영 정책에 따라 차단 조처 등을 취한다고 밝혔다. 다만 ‘플랫폼 밖’에서 일어나는 스토킹 범죄에 대해서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아프리카티브이 쪽은 “스토킹 피해를 신고할 경우 관할 경찰서에 신고하는 방법을 안내하고, 전문 상담사와 연계하는 심리상담 프로그램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트위치와 유튜브의 경우에는 외국 플랫폼이라 이 정도 수준의 대응마저 더욱 제한된다.
그러다 보니 릴카처럼 일부 국내외 비제이들은 스토킹 경험과 예방법 영상을 만들어 공유하기도 한다. 잉글랜드 출신 트위치 스트리머(비제이) 스위트 아니타는 2020년 ‘#stopstalking(스톱스토킹)’ 해시태그와 함께 자신과 다른 스트리머가 스토킹 피해를 받은 경험을 공유하는 영상을 올렸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10대들이 주로 사용하는 플랫폼 사업자를 대상으로 ‘신고하기’ 버튼을 크게 보이게 하거나, 고발 시 회원 관련 정보 제공 등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비제이의 경우 생계 수단과 연관되어 있어 착취 구조와 비슷하게 돌아가는 면이 있는데, 플랫폼 차원에서 즉각 대응할 수 있는 프로세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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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연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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