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힌남노가 지나며 쏟아진 폭우로 침수 피해를 입어 복구작업이 진행 중인 경북 포항 남구 구룡포시장에서 추석을 이틀 앞둔 9월8일 오전 한 상인이 사과를 산 할머니에게 덤을 건네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9월8일 아침,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큰 피해를 본 경북 포항 남구 구룡포시장을 찾았습니다.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로 인한 침수 피해 복구작업이 한창이었지만 명절을 준비하려는 시민들의 발걸음도 분주했습니다.
전날 시장 통로 가운데 모아둔 침수 피해 폐기물 옆에서 상인들은 도라지와 콩나물, 고사리를 다듬고, 과일과 생선을 보기 좋게 정리합니다. 구부정한 허리를 낡은 유모차에 의지해 시장을 찾은 할머니는 사과를 들었다 놓았다 하며 상인과 흥정을 하고, 마지못한 듯 가격을 깍아주고도 상인은 할머니에게 사과 한 알을 더 건넵니다.
삭막한 풍경 속에서 만난 따듯한 마음 눈에 담고, 저도 서둘러 서울로 향했습니다. 2023년, 서로 조금 양보하고, 조금 더 나눠주는 한 해가 되길 바라봅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2022년, 여러분이 웃고 울었던 현장에 <한겨레> 사진기자들도 있었습니다. 한 해를 정리하는 끝자락까지 그 마음에 남은 사진 한 장들을 모아 연재합니다. 새해에도 우리 사회와 사람들의 마음을 잇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