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크리스마스와 석가탄신일 등에 대한 대체공휴일 적용을 언급하고, 정부가 이튿날 곧장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에서 이를 추진한다고 밝히자 시민들은 기대와 우려 반응을 동시에 나타냈다. 주5일 근무제가 정착된 사무직 노동자들은 휴일이 늘어날 것에 반색했지만, 워킹맘이나 서비스직 종사자가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혜택이 없다”며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21일 서울 마포구에 사는 사무직 직장인 이정민(30)씨는 “직장인들에게 빨간날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특히 대부분의 사람들이 즐기고 있는 크리스마스의 경우 대체공휴일로 지정하는 게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정아무개(45)씨도 “일손이 잘 잡히지 않는 연말에는 휴일을 보장해주는 게 업무 능률 차원에서도 좋다”고 했다.
반면 프리랜서·비정규직 노동자들 반응은 차가웠다. 영상업계에서 프리랜서로 일하는 장아무개(29)씨는 “공휴일 지켜가지 않으면서 쉬지 않고 일해왔다. 정부가 주69시간 노동이 가능하도록 추진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대체공휴일 지정보다도 근본적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도 싸늘한 반응이었다. 8개월 된 자녀를 둔 프리랜서 김아무개(34)씨는 “배우자도 유통업에 종사하는 개인사업자라, 대체공휴일 지정된다고 해서 쉴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어린이집이 쉬면 그날 아이 돌봐주실 선생님을 불러야 하는데, 휴일에는 추가 수당이 붙어 부담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김씨는 “대체공휴일 확대 근거로 유통이나 여행, 외식업계 내수 진작을 근거로 들었는데, 해당 업계에 근무하는 부모들은 어떡하라는 것인지 의문이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대표들도 걱정을 먼저 했다. 직원 6명이 일하는 작은 무역회사를 운영하는 김아무개(51)씨는 “정해진 기간 안에 일을 처리해야 하는데, 주말 포함해 주중에 대체휴일이 늘어나게 되면 일이 적체돼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며 “우리 회사처럼 적은 인원이 근무하는 소규모 업체 경우 이것 저것 휴일을 더 늘리게 되면 고충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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