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가 몰아친 서초동 법조타운이 ‘선거’ 열기로 뜨겁다. 내년 1월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에서는 판사들이 직접 추천한 법관 중에서 법원장이 나올 예정이다. 법정단체로 강력한 권한을 갖는 대한변호사협회도 비슷한 시기 새 회장을 선출한다.
김명수 대법원장 들어 ‘법원장 추천제’가 여러 법원에서 실시되고 있지만, 서울중앙지법에서 실시되는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 중요 민형사 사건이 몰리는 서울중앙지법원장은 대법관 임명 코스로 꼽힌다. 360여명의 판사가 있는 서울중앙지법은 후보 추천과 내부 투표를 거쳐 김정중(56·사법연수원 26기) 민사제2수석부장판사, 반정우(54·23기) 부장판사를 법원장 후보로 법원행정처에 전달했다. 법관인사분과위원회 및 사법행정자문회 검토를 거친 뒤 1월 말 각급 법원장 인사에 맞춰 김 대법원장이 이 가운데 한명을 임명할 것으로 보인다. 김 수석부장판사는 최근 서울변회 선정 우수법관으로 뽑혔다. 반 부장판사는 김 대법원장 비서실장을 지냈다.
일선 판사들과 접촉이 많은 각 법원 수석부장판사가 법원장 추천제 아래에서 유리하다는 시각도 있다. 대법원장이 수석부장판사를 임명하기 때문에 ‘대법원장 권한 축소’라는 추천제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사법행정권 남용 문제를 일으켰던 제왕적 대법원장에 대한 민주적 견제라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가 많다. 최근 전국법관대표회의는 김 대법원장에게 일선 법원의 후보 추천 결과를 최대한 존중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대한변협도 내년 1월 새 수장을 뽑는다. 변협 회장은 변호사 등록 허가·취소, 법률사무소 및 법무법인 설립·인가뿐만 아니라 대법관·검찰총장·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상설특별검사 후보 추천 권한을 갖는 등 그 위상과 영향력이 크다.
이번 선거에는 김영훈(58·27기), 안병희(60·군법무관시험 7회), 박종흔(56·31기) 변호사가 입후보했다. 현 집행부에서 부회장을 맡은 김·박 후보는 이른바 ‘여권 후보’, 현 집행부를 비판하며 출마한 안 후보는 ‘야권 후보’로 분류된다.
세 후보 모두 ‘로톡’ 등 민간 법률 플랫폼에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이를 이용하는 변호사 징계 문제를 두고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현 집행부는 로톡 이용 변호사들을 징계해왔지만, 안 후보는 “징계보다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태도다.
이번 변협 회장 선거는 후보 간 경쟁력이 비슷한데다 결선투표제까지 폐지되면서 예측할 수 없다는 평가가 많다. 그만큼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선거 공보물 검열·삭제를 두고 법원에서 가처분 공방을 벌이는 등 볼썽사나운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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