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사법과 행정 분야에서 ‘만 나이’로 통일해 사용하는 법 시행을 두고 시민들 사이에선 “어려져서 좋다” 등 기대 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다만 내년 6월부터 관련 법이 적용될 예정이라 나이 계산 등 우려도 나타났다.
지난 27일 법제처는 ‘만 나이 통일법(행정기본법 일부개정법률 및 민법 일부개정법률)’이 공포됐다고 밝혔다. 법제처는 “내년 6월28일부터 별도의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법령·계약·공문서 등에서 표시된 나이를 만으로 해석하는 원칙이 확립되면서 나이 기준과 관련된 불필요한 법적 다툼이 해소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만 나이 통일’을 두고 시민들은 “어려진 것 같아 좋다”는 기대를 보였다. 직장인 서아무개(27)씨는 “이번 설에 ‘떡국 두 그릇 먹어도 되겠다’ 생각했다”며 “안 그래도 부모님이나 친척들이 ‘결혼할 생각 있냐’, ‘30살 되기 전에 예비 반려자를 만나 2~3년 안에 연애하고 결혼해라’는 말을 들어왔는데, 만 나이로 조금 자유로워지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취업준비생 이정헌(29)씨도 “취업 준비가 길어지면서 내색은 못 했지만 연말만 되면 한 살 더 먹는 게 우울했다. 취준생 입장에서 29살과 30살 차이는 크게 느껴진다. 한 살이라도 어린 게 심리적으로 안정된다”고 했다.
이미 우리나라를 제외한 해외에선 만 나이를 적용하는 만큼 “혼란이 줄어들 것 같다”는 반응도 나왔다. 캐나다에서 거주하는 임예린(30)씨는 “외국 친구들이랑 이야기할 때 항상 만 나이를 사용했는데, 만약 한국인이 껴 있으면 복잡해졌었다. 외국에서 만난 한국인끼리 이야기할 때면 만 나이인지 꼭 되묻곤 했다. 그래서 아예 처음부터 태어난 연도로 나이를 얘기할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내년 6월부터 만 나이가 적용됨에 따라 “나이가 헷갈릴 것 같다”는 반응도 나왔다. 6월 출생을 기준으로 많게는 두 살까지 어려지게 되면서 계산이 복잡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4월에 태어난 직장인 안아무개(31)씨는 “같은 해에 태어나도 나이가 다르게 되면 태어난 연도로 형·동생 구분하는 체계가 무너져버릴 것 같다”며 “어딜 가나 나이 구분하려는 사회 분위기상 매번 누군가를 만나면 만 나이 계산기를 두드릴 것 같다”고 했다.
일부 시민들은 ‘만 나이’ 적용에 시큰둥한 반응도 보였다. 임형준(30)씨는 “‘조삼모사’ 같다는 생각이다. 나이를 행정적으로 조정한다 해도 내 생활에 크게 영향 있을진 모르겠다”고 했다. 김아무개(55)씨도 “정년이나 행정적인 사항은 이미 만 나이 적용하고 있었다. 이 나이에 한 살 더 먹으나 마나 그다지 큰 변화를 못 느낄 것 같다”고 했다. 10살 자녀를 둔 신승훈(47)씨는 “딸이 내년에 10살 된다고 좋아했는데, 그냥 8살이라고 말해주니 갑자기 우울해 했다”고 전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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