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2022 카타르월드컵 국가대표 조규성을 비롯한 시민대표들이 제야의 종을 울리고 있다. 타종에는 폭우 때 장애물을 치우고 배수구를 뚫어 시민들을 위험에서 구한 ‘강남순환도로 의인’ 최영진씨,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배우 한지민의 언니 영희 역으로 출연한 정은혜 미술작가, 구숙정 대한민국 전몰군경미망인회 서울특별시 지부장, 김준경 소방장 등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3, 2, 1…. 해피뉴이어!”
1일 0시 2023년의 첫 시작을 알리는 서울 종로구 보신각 ‘제야의 종’이 3년 만에 다시 울렸다. 경찰 추산 시민 6만여명이 코로나19 여파로 그동안 열리지 못했던 타종행사를 보기 위해 종각역 일대를 가득 채웠다. 종각역 앞에 모인 시민들은 스마트폰 손전등 기능을 사용해 밤을 비추며 함께 새해 ‘카운트다운’을 외쳤다. 종각역 일대에 사람이 밀집하면서 전파 송신이 원활하지 않아 전광판 화면이 꺼지기도 했다.
경찰과 서울시 안전요원들은 이날 행사가 본격 시작되기 전부터 시민들에게 멈추지 말고 이동할 것을 유도했다. 잠시라도 멈추는 모습이 보이면 “통행로에서 벗어나 달라”고 요구했다. 경찰은 종각역 일대의 차량 통행을 제한하고 시민들이 뭉치지 않도록 신경 썼다.
서울시는 전날 밤 11시30분부터 이날 새벽 1시35분까지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2023년 계묘년 새해맞이 제야의 종 타종행사를 열었다. 3년 만에 열리는 행사로 인해 서울시는 현장에 10만명 이상이 모일 것으로 예상하고 957명의 안전요원을 배치했다. 2019년(597명)에 견줘 360명(60%) 늘어난 규모다.
또 보신각 사거리 인근에 일정 수준 인파가 몰리면 진입을 통제하고 인파를 분산하는 차원에서 광화문광장과 동대문 디자인플라자 등 4곳에 대형 전광판을 설치해 현장에 접근하지 않더라도 타종행사를 볼 수 있도록 했다. 추위를 대비해 보신각 주변 4개 권역에 한파 쉼터도 따로 마련했다. 경찰청 경비국 관계자는 “전광판을 설치해 인파가 다소 분산된 것 같다”고 말했다.
1일 새벽 제야의 종 행사가 열린 서울 종로1가 사거리를 찾은 시민들이 새해를 맞이하며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이후 커진 안전에 대한 경각심으로 인파 관리에 새로 도입된 장비도 눈길을 끌었다. 경찰은 일반 버스를 특수개조해 실내의 지휘석이 지붕 위로 올라오도록 한 ‘안전관리 현장지휘차량’을 활용했다. 종로경찰서장이 운집상황을 직접 조망하면서 현장을 관리한다는 취지다. 경찰은 최근 북한 무인기 사건과 관련해 제야의종 타종행사에 처음으로 드론탐지기와 드론차단기(재밍건)을 배치했다.
시민들도 인파가 몰리는 보신각 인근으로 굳이 접근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무대를 다소 멀리서 지켜보던 박재서(45)씨는 “처음 (타종행사에) 올 때는 앞으로 가고 싶었는데, 사람이 많은 게 걱정이 돼서 멀리서 지켜보기로 했다”며 “경찰도 인파 관리를 위해 단단히 준비한 것 같아서 큰 걱정은 없다. 행사를 즐길 예정”이라고 했다.
코로나 이후 3년 만에 열리는 행사라 안전에 대한 걱정보다는 기대감을 품은 시민들도 있었다. 외국인 친구들과 행사에 참여한 황승재(28)씨는 “매해 보신각 행사에 참여했는데, 이번에는 오랜만에 열리는 행사라 기대가 더 됐다”며 “안전에 대한 걱정도 있었지만, 경찰이 더 신경을 써서 관리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머니 우은희(54)씨와 함께 나온 하강산(22)씨는 “새해 분위기도 난다. 여기에 직접 오니까 코로나 이후로 다시 일상 회복이 반쯤이라도 된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좋다”며 “인력 배치도 많이 돼서 안심하고 행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최근 전역했다는 임현준(21)씨는 “이태원 참사도 있어서 걱정이 됐지만, 오히려 통제가 훨씬 강화되겠지란 기대가 있었다”고 했다.
행사에는 시민대표로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의 주역인 축구 국가대표 조규성 선수가 참가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또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발사 성공을 주도한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원장과 지난 8월 폭우로 강남 일대에서 배수로를 뚫어 시민들을 구한 최영진씨도 타종에 나섰다. 특별무대에선 국악밴드 이상과 국악인 김주리의 퓨전 국악공연이 진행됐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등 모두 14명이 3개 조를 이뤄 11번씩 33번에 걸쳐 제야의 종을 울렸다.
이날 서울지하철과 시내버스 막차 시간은 연장된다. 종각역 무정차 통과는 새벽 1시부로 해제됐다. 지하철 1~9호선, 우이신설선, 신림선은 새벽 2시까지 연장 운행한다. 보신각 일대를 경유하는 시내버스 40개 노선도 새벽 2시까지 연장 운행한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제야의종 행사에 앞서 현장지휘차량 지붕 위에서 종각역 사거리를 점검하고 있다. 행사 땐 종로경찰서장이 운집상황을 직접 조망하면서 현장을 관리했다. 경찰청 제공
곽진산 기자
kj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