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사생활 침해성 게시물에 대한 접근을 임시로 차단하는 ‘임시조치’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소비자 리뷰나 공인에 대한 개인적 의견표명까지 과도하게 제한한다”며 개선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12월22일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게 정보게재로 인해 권리를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의 인격권과 정보게재자의 표현의 자유를 조화롭게 보장하기 위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를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고 3일 밝혔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는 정보통신망에 게재된 명예훼손·사생활 침해성 게시물 등에 의해 권리침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네이버와 같은 포털 사업자 등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해당 게시물의 삭제 또는 반박 내용의 게재를 요청할 수 있는 ‘임시조치’를 규정하고 있다.
임시조치는 지난 2007년 도입된 후 권리 침해성 정보의 유통 또는 확산을 일시 차단한다는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개인적 의견표명까지 과도하게 제한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논란이 있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2년과 2020년 임시조치에 대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보가 무분별하게 유통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는 취지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2020년 결정에서 일부 재판관들은 임시조치가 표현의 시의성을 박탈하는 등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개인의 인격권과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 중 어느 것이 우월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조화로운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실제 임시조치는 병원·대기업이나 정치적 공인들이 자신에게 부정적인 게시물을 가리기 위해 악용되기도 했다. 인권위는 “온라인 마케팅 업체들이 ‘온라인 평판 관리’를 명목으로 기업으로부터 대리권을 부여받아 인터넷상의 비판적인 글들을 찾아 대량으로 임시조치 신청을 대행하는 서비스를 시행하거나 정치적 공인들에 대한 단순한 의견표명 등이 무분별하게 임시조치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 2015∼2019년 시행된 임시조치는 연간 20만건에 달한다. 현재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들은 임시조치 요청을 받은 게시물 대부분에 대해 최대 30일까지 접근을 제한하고 있다.
인권위는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인권위는 임시조치 대상에 대한 일정한 기준을 마련하는 한편, 게시글을 올린 사람이 임시조치에 대항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임시조치 대상 정보가 공공의 관심 사안이나 공적 인물에 관한 사항에 해당하는 경우 임시조치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의 기준과 정보게재자가 임시조치에 대항할 수 있도록 ‘재게시 요구권’ 등의 불복 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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