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의 계열사 부당지원 및 사익 편취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 관련 계좌추적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이 공정거래법 위반 고발사건을 수사하면서 기업 총수의 계좌내역을 들여다보는 것은 이례적이다. 검찰은 조 회장이 계열사 부당지원으로 얻은 이익을 통해 불법적인 기업승계를 한 것은 아닌지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이정섭)는 지난달 말 법원으로부터 조 회장과 회사 관계자 등의 계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자금 추적을 진행중인 것으로 3일 확인됐다. 검찰은 한국타이어가 계열사인 한국프리시전웍스에 이익을 몰아주고, 한국프리시전웍스가 이렇게 벌어들인 수익으로 조 회장 등에게 거액의 배당금을 지급한 일련의 행위가 불법승계 진행을 위한 ‘실탄’을 만들려는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한국타이어가 한국프리시전웍스로부터 타이어몰드(타이어 패턴을 만드는 틀)를 고가로 구입하는 등 부당 지원했다고 보고 지난해 11월 과징금 80억원을 부과하고 두 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한국타이어는 2014년 2월부터 4년가량 타이어몰드를 원가보다 30% 이상 부풀리는 방식 등으로 한국프리시전웍스에 이익을 몰아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부당 수익을 바탕으로 한국프리시전웍스는 2016~17년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의 두 아들인 조현범 회장과 조현식 한국앤컴퍼니그룹 고문에게 108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는데, 검찰은 이 배당금의 사용처를 확인하고 있는 셈이다.
검찰이 공정위 고발사건을 두고 이례적으로 계좌추적까지 나선 건 한국프리시전웍스의 지분 구조 때문으로 보인다. 2011년 한국타이어그룹에 편입된 한국프리시전웍스 지분 절반(49.9%)은 조 회장과 조 고문이 가지고 있다. 나머지 지분은 한국타이어 법인이 소유하고 있다. 조 회장 형제가 지분 절반을 보유한 기업에 부당지원이 이뤄진 정황 자체가, 배당금 지급을 통한 경영권 승계 목적 아니었냐는 것이다. 검찰은 조 회장이 한국프리시전웍스로부터 받은 배당금을 사용해 아버지 조 명예회장의 지분을 저가에 사들이는 등 불법적인 경영권 승계가 이뤄진 게 아닌지 용처를 확인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한국타이어그룹 수사에 나선 검찰은 이달 안에 사건을 매듭지을 것으로 보인다. 수사팀은 지난달 23일 조 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계열사 부당지원에 관여했는지 등을 조사했다. 검찰은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 전속고발권을 갖는 공정위에 조 회장에 대한 추가 고발을 요청할지 검토하고 있다.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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