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임대차 권한이 전혀 없는데도 보증금 반환을 약속해 임차인에게 약 38억원을 가로챈 일당을 검거해 검찰에 넘겼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위조사문서행사 등 혐의를 받는 부동산 실소유주 60대 남성 ㄱ씨와 사기·공인중개사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부동산 중개보조원 ㄴ씨를 구속 송치했다고 10일 밝혔다. 경찰은 이들과 함께 사기 혐의 등을 받는 명의대여자 등 9명도 검찰에 불구속 송치할 예정이다.
이들은 지난 2017년 1월부터 2021년 7월까지 신탁등기 부동산에 대해 임대차 권한이 전혀 없음에도 “임대보증금 반환에 문제가 없다”고 임차인 모두 47명을 속여 전·월세 보증금 38억 상당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ㄱ씨는 서울 관악·구로구 일대에서 신탁회사와 부동산 담보 신탁 계약을 체결해 소유권을 이전한 빌라, 원룸, 오피스텔 등을 차명으로 소유하면서 공범인 ㄴ씨를 통해 임대보증금을 문제없이 보전해 줄 수 있는 것처럼 피해자들을 속였다. 이 과정에서 ㄴ씨는 ㄱ씨 대신 임대차계약을 한 대가로 수수료 약 100만∼200만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ㄱ씨는 실제 계약금액보다 보증금을 낮춰 적은 이른바 ‘다운 임대차계약서’를 이용해 건물의 담보가치를 높여 금융기관으로부터 13억원 상당의 부동산 담보대출금을 받아내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해 5월 명의상 실소유자들에 대한 고소로 수사에 착수해 10월 압수수색을 통해 범행의 전모를 밝혀냈다. 경찰은 이들에 대한 추가 고소장이 접수돼 피해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신탁부동산’은 임대인이 신탁회사의 사전 승낙 없이 임차인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경우 추후 임차인이 임대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하거나 향후 불법 점유자로서 소송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며 “임대차 계약 시 등기부 등본의 ‘갑’구를 통해 부동산 신탁 여부를 확인하고, 신탁부동산이라면 직접 등기소에 방문해 ‘신탁원부’를 발부받아 권리관계를 명확히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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