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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끼 있겠네” “춤 좀 춰봐”…황당한 신협 면접, 아직도 이런 곳이

등록 2023-01-11 13:44수정 2023-01-12 11:37

인권위 “전 직원 대상으로 인권교육 실시하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전북 지역의 한 신용협동조합 신규직원 모집에 지원한 여성 ㄱ씨는 최종면접을 치르는 과정에서 황당한 요구를 받았다. 전원 남성인 이사장‧상임이사 등 면접위원 4명은 ㄱ씨가 나온 학과를 언급하며 “OO과라 예쁘다”라며 키를 묻거나, “OO과면 끼 좀 있겠네”라며 노래와 춤을 출 수 있느냐고 말했다. 면접 진행 담당자는 ㄱ씨에게 “(특정 춤을 출 때 자주 활용되는) ‘제로투’ 노래를 아느냐”고 묻기도 했다.

ㄱ씨는 입사 후 보여드리겠다고 완곡하게 거절했지만, 이사장은 “홍보할 때 150명 앞에 서봤다면서 4명 앞에서 춤을 못 추느냐”고 발언했다. 면접 당시 신협은 ㄱ씨 사진을 사전 동의 없이 찍기도 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지난달 29일 이 기관의 장에게 “이사장과 상임이사 등을 포함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인권교육을 실시하라”고 권고했다고 11일 밝혔다. 또 인권위는 신협중앙회장에게 지역본부 등에 이 사건 사례를 공유하고, 채용 관련 지침이나 매뉴얼을 제공하는 등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해 시행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채용 면접 과정에서 면접대상자의 외모를 평가하거나 노래와 춤을 시연해 보도록 하는 행위는 면접 대상자와 면접 위원의 관계를 고려할 때, 진정인이 이를 쉽게 거절하기 어렵고 수용하지 않았을 때 받을 수 있는 불이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라고 짚었다. 위원회는 “진정인이 에둘러 거절의 뜻을 밝혔는데도 면접위원들이 이를 재차 요구하는 등의 행위는 강요와 압박으로 느껴질 수 있고, 성적 불쾌감과 모멸감을 느끼기에 충분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또 위원회는 “채용 예정 직위의 주된 직무내용인 금융·기획·총무 등 직무에 관한 질문보다 외모와 노래, 춤이라는 특기를 중심으로 상당 부분 시간을 할애해 면접을 진행한 것은 분위기를 돋우는 역할을 여성에게 기대하고 부여하는 성차별적 문화나 관행,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행 법(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은 모집·채용 과정에서 성차별 금지를 규정하고, 여성 근로자를 모집할 때 직무 수행에 필요하지 않은 용모‧키‧체중 등의 신체적 조건, 미혼 조건 등을 요구해선 안 된다고 명시한다.

ㄱ씨는 인권위에 진정을 낸 뒤, 고용노동부에 이들의 행위를 직장 내 성희롱으로 신고했다. 고용노동부는 외모 평가와 춤을 춰보라고 요구했던 이사장과, 실제 노래를 틀었던 면접 진행 담당자의 행위를 직장 내 성희롱으로 인정했다. 조합은 담당자에 대해 견책 등의 징계를 내렸지만 인권위는 “행위자에 대한 조처만으로는 유사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기 어렵다고 보인다”며 “기관 차원에서 실효적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해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신협중앙회 쪽은 “면접위원에 외부인사를 포함하도록 규정을 개정하고, 임직원 필수교육에 면접위원 관련 교육 내용을 넣을 예정이다”라며 “이번 사건에 대해 공유해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조처하겠다”고 밝혔다.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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