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도중 보호자와 잠시 떨어져 있던 반려견을 배달통에 넣고 달아난 배달기사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지난 5일 배달기사 ㄱ씨를 점유이탈물횡령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11일 밝혔다. ㄱ씨는 지난달 18일 오후 5시30분께 노원구의 한 공원 근처에서 보호자 ㄴ씨가 산책시키던 강아지를 순간 놓친 사이 자신의 배달통에 강아지를 집어넣고 데려간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 결과, 평소 눈이 좋지 않은 ㄴ씨는 당시 공원 근처에서 강아지 뒤에서 따라 걷고 있었으나 시야에서 강아지가 사라졌다. 그새 ㄱ씨는 자신의 배달통에 강아지를 넣고 달아났다. 강아지를 잃어버린 ㄴ씨가 인근 시시티브이(CCTV)를 확인했더니, ㄱ씨가 강아지를 데리고 사라진 과정은 2분도 채 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ㄴ씨는 ㄱ씨를 찾아 반려견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ㄱ씨는 “배달통을 열어보니 강아지가 보이질 않았다”며 “보호하면서 주인을 찾아주려 했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에서도 ㄱ씨는 “강아지가 배달통에서 뛰어내렸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ㄱ씨가 반려견을 데려갈 당시 보호자인 ㄴ씨가 바로 앞에 있지는 않아 ‘점유에서 벗어난 상태’로 보고 절도 혐의보다 형량이 가벼운 점유이탈물횡령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형법상 누군가가 잃어버린 물건을 가져갈 경우 점유이탈물횡령죄를 적용해 3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반면 절도죄 형량은 벌금 1000만원 이하 또는 징역 6년 이하다.
한편, 지난달 26일 보호자 ㄴ씨는 전단을 뿌리는 등 수소문 끝에 잃어버린 반려견을 되찾았다.
박지영 기자
jy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