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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법원 “용산 대통령실은 집회금지 장소 아니다”…경찰 제동

등록 2023-01-12 15:32수정 2023-01-13 02:46

서울행정법원 “집무실은 관저에 포함될 수 없다”
경찰 질서유지선이 설치된 대통령 집무실 일대. 연합뉴스
경찰 질서유지선이 설치된 대통령 집무실 일대. 연합뉴스

법원이 ‘용산 대통령실’ 앞은 집회금지 장소가 아니라며, 이곳에서의 집회를 금지했던 경찰의 처분이 취소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이 100m 이내 옥외집회를 금지하고 있는 장소인 ‘대통령 관저’에 대통령 집무실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그간 집시법 조항을 확대 해석해 자의적인 집회금지 통고를 일삼았던 경찰 처분 관행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박정대)는 12일 참여연대가 서울 용산경찰서를 상대로 낸 옥외집회금지 통고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지난해 4월29일 용산서가 참여연대에 내린 대통령 집무실 근처 집회금지 처분은 취소돼야 한다”고 선고했다. 앞서 참여연대는 한미정상회담이 예정됐던 지난해 5월21일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집회를 하려고 집회신고를 했다가 경찰로부터 금지통고를 받았다. 이에 경찰의 집회금지통고 집행정지를 신청하고, 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쟁점에 관해서 여러 해석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본 결과, ‘대통령 집무실’이 집시법 11조3호가 정한 옥외집회와 시위의 금지장소인 ‘관저’에 포함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대통령 집무실은 집회 금지장소가 아니라 집회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사건의 쟁점은 집시법이 옥외집회와 시위를 금지하는 장소로 규정한 ‘대통령 관저’에 용산 대통령실이 포함되는지였다. 청와대 경내에 대통령 집무공간과 생활공간인 사저가 함께 자리잡고 있으면서, 이 조항은 통상 ‘청와대 경계로부터 100m 이내 집회금지’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이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으면서 대통령 집무실과 생활공간인 사저가 분리된 상황에서 집회금지 장소인 ‘관저’의 의미에 대한 논쟁이 생긴 것이다.

경찰은 “관저의 의미는 관청과 저택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라며 “대통령 집무실과 사저가 분리된 상황에서는 두 공간 모두 옥외집회가 금지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의 집회신고를 금지하는 처분을 일삼았다. 반면 참여연대는 “관저에 집무실도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법문의 범위를 넘어서는 위법한 해석”이라며 “통상적으로 관저는 주거공간을 보는 것이 타당하고 집무실 앞 집회는 허용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이 가운데 참여연대 쪽 손을 들어준 셈이다.

공익인권변호사 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의 박한희 변호사는 “가처분 단계에서도 같은 취지의 판단이 반복됐지만 경찰은 본안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 기다려보겠다며 계속 집회 금지통고 처분을 이어왔다. 본안에서도 ‘관저’의 의미를 확실하게 해석한 이상, 이제 경찰이 이런 억지 주장을 해선 안된다는 점을 확실히 못 박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건에서 쟁점이 된 ‘대통령 관저 100m 안의 집회·시위 금지’ 조항은 지난달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오기도 했다. 2018년 12월 서울중앙지법이 이 조항에 대해 “구체적인 위험 상황이 존재하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없는 소규모나 평화적 집회나 시위의 경우에도 아무 예외 없이 이를 금지하고 있다. 어떠한 합리적 근거나 기준도 없이 ‘100m 이내’라는 제한을 둬 집회나 시위를 절대적으로 금지하고 있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데에 따른 결정이었다. 지난달 헌재 결정에 따라 집시법 11조3호는 오는 2024년 5월31일까지 개정되지 않으면 효력을 잃게 된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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