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고객이 예치한 돈을 무단 인출해 경찰 수사를 받던 아산상조 경영진이 ‘계약해지 신청서’ 522건을 허위로 꾸며내는 방식으로 약 6억6천만원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것으로 파악됐다. 업체는 고객 요청이 없었는데도 ‘부모님 모두 사망’, ‘해외 이민’ 등의 사유를 적어 작성한 가짜 서류로 은행을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한겨레>가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아산상조 대표 장아무개씨(구속 기소)에 대한 공소장을 보면, 지난해 9월 서울동부지검 공정거래·경제범죄전담부(부장 강민정)가 구속 기소한 장씨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사문서 위조, 위조사문서행사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장씨는 직원들과 공모해 2019년 1월부터 10월 말까지 약 10개월간 해지 신청을 하지 않은 고객들의 가짜 ‘계약해지 신청서’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고객 예치금 약 6억6천만원을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확인한 검찰은 장씨와 자금 담당 직원, 아산상조 실소유주로 알려진 나아무개씨까지 3명을 재판에 넘겼다.
상조업체는 할부거래법상 미리 받은 대금을 계약 종료 시점에 돌려줄 수 있도록 은행과 예치 계약을 반드시 맺어야 한다. 계약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불상사를 예방하는 차원이다. 그러나 신한은행과 예치 계약을 맺은 아산상조는 장씨 주도로 2019년 1월부터 예치금을 직원 급여 등 운영자금으로 쓰기로 하고, 이들은 그해 10월 말까지 모두 522장의 해지 신청서를 허위로 작성해 예치금 6억5725만5400원을 돌려받았다.
직원들은 직접 해지 사유로 ‘부모님 모두 사망’, ‘필요 없음’, ‘해외 이민’ 등을 적어내기도 했다. 해지 의사가 없는데도 이렇게 계약이 해지된 소비자는 모두 444명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은 2020년 6월 신한은행이 경찰에 고소장을 내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아산상조는 은행이 서류를 토대로 소비자의 계약 해지 의사를 엄밀히 확인하지 않는다는 점을 노려 이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사건 발생 뒤) 지점에서 다루던 업무를 본부 차원에서 진행하는 등 당사자 계약 해지 여부를 꼼꼼히 살피고 있다”고 했다.
곽진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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